지난 한 달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변동 추이. <사진=XE.com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미중 무역갈등이 통화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위안화 절하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가운데, 국내 수출업계도 위안화 변동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정책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트위터에서도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환율을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며 “공평한 경쟁의 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또한 중국의 환율조작 의혹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며 중국 통화정책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승기를 굳히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위안화 약세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양국이 관세조치를 주고받은 이후 양국 증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3558.13을 기록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2일 2858.25까지 급락한 반면, 나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6915.11에서 7820.20까지 상승했다. 다우존스 지수 또한 6월 이후 무역전쟁 여파로 소폭 하락했으나, 7월 이후 하락폭이 대부분 회복됐다.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중국 증시가 하락장을 면치 못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강경책이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무역전쟁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반면 위안화는 지난 2월부터 연일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지속적인 위안화 약세는 고율의 관세 조치로 중국 수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가 통화정책을 향하면서 국내 수출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중 양국의 통화전쟁이 수출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 전망이 불투명한 무역분쟁으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수출 시 감안해야 할 외환 위험이 늘어나며, 이를 헤지(hedge)할 경우 수출에 따르는 비용도 상승한다.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현상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위안 30일 이동상관계수는 0.9를 상회하며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중국과의 경제 연관성이 높은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원화 약세와 함께 대규모의 자본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위안화 약세로 중국 수출물량이 회복세를 보일 경우, 국내 중간재 제조업체의 대중 수출 물량도 호전될 수 있다. 실제로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3.4%에서 지난해 78.5%(2017년 11월 기준)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5년 발표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의 국내수출 파급영향”에서 원/위안 환율이 5% 하락 시 국내 총수출이 약 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 측은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함에 따라 국내 중간재 수출업체가 위안화 약세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위안화의 장기적 약세는 중국의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미국 무역제재의 맞대응 성격이 짙어 향후 양국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위안화가 평가 절하되면 글로벌 생산기지를 담당하는 중국이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서 연구원은 “현재 위안화 약세는 달러 강세를 반영한 정상적인 가격 교정의 성격이 크다”며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지금부터 과도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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