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NBC 방송화면 갈무리>

[이코리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정책을 비판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을 우려한 것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며 “(금리가) 오를 때마다 연준은 다시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 그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하도록 놔두고 있지만, 이 모든 일들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비판은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2월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장중에는 최근 1년간 최고치인 96.65를 기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후 소폭 하락했다.

미국과 가장 심각한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가 오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위안화·달러 환율은 지난 2016년 말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으나, 2018년 초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4월 들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20일에는 1달러 당 6.7671 위안(중국 인민은행 기준)으로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중국산 제품에 34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러 강세 및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가)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며 “위안화는 돌처럼 굴러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통화정책과 관련해 연준을 비판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 지난 1998년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금리인하 반대가 1990년대 미국의 불경기를 초래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는 그가 퇴임한 지 6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래리 서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앙은행을 공격하는 것은 미국을 ‘바나나 공화국’(중남미의 부패한 독재국가)처럼 바꾸려는 대통령의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며 “다음은 뭐냐? 관세? 기업에 대한 공격? 친구들을 위한 감세? 이민자들의 악마화? 대통령 전용기를 가우디 식으로 꾸미는 것? 군 장성으로 내각을 채우는 것? 법 집행의 정치화? 대통령 일가를 위한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어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수도꼭지를 더 빨리 잠글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53% 하락한 2만5064.50,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0.40% 하락한 2804.49, 나스닥 지수는 0.37% 하락한 7825.30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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