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KB국민은행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가 실적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KB국민은행 노조가 책임자 처벌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지역영업그룹 소속 직원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과도한 실적압박과 업무부담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초 신설된 영업부서 ‘스타팀’으로 이동해 외감법인 전담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해당 부서가 아웃바운드사업본부와 소속 지역영업그룹에서 이중의 평가를 받는 모호한 구조로 운영되면서 업무 부담이 두 배가 됐기 때문. 이 때문에 A씨는 기업 대상 중장기 영업이라는 고유한 업무범위가 있음에도 지역영업그룹 지시에 따라 우수직원 초청행사, 스터디그룹 강연 등 전혀 상관없는 업무까지 과중하게 부담해야 했다.

지난 1년간 은행장 표창을 세 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A씨였지만, 매주 수기로 실적을 보고하고 월말이면 행장 및 회장 보고용 실적을 강요받는 근로환경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동료 직원에게 “대표님에게 못한다고 얘기할까?”, “잘 할 수 있을까” 등 업무 관련 고민을 토로하며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실제로 A씨는 부서 이동 후 체중이 현격히 줄어들고 당뇨 초기증상을 진단받는 등 건강이 악화되는 보였다는 것.

A씨가 생전에 남긴 메모에는 “어찌 보면 조직에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싫으면 떠나면 된다. 인연에 얽매이지 않는 곳으로…”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고인이 업무 부담과 실적압박으로 인해 갈등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는 해당 메모를 근거로 A씨의 죽음이 개인적 선택이 아닌 KB국민은행 근로환경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지역영업그룹 대표 B씨 및 아웃바운드사업본부 책임자의 해임 및 부서 운영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과 실적 압박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문제다. KB국민은행 노조 측도 유연근무제 및 성과연봉제 등의 문제로 사측과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허인 행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식 이후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 “노조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같은데 우선순위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충분히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며 파트너십 구축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지난 18일 노조 기자 회견 이후 허 행장이 내부메일을 통해 A씨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며 “하지만 직원 대표인 노조에 대해서는 사과나 대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책임자 처벌과 조직문화 및 업무 환경 등 구조적 문제 개선에 대한 노조 측 요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것. 노조 측은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업무 평가 등과 연관된 구조적 문제”라며 “이번 사건만으로 휘발되지 않도록 향후 사측에 구조적인 근로환경 문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 측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깊은 애도를 표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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