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

여권수호(女權守護)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 팝음악의 영원한 테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967년 “모든 여성을 존중하라.”고 부르짖었던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Respect'에 이어 1978년 글로리아 게이너(Gloria Gaynor)는 'I'll Survive'를 통해 “더 이상 관계의 주도권은 남자에게 있지 않다.”고 선언했다. 그런가하면 팔십 년대 아이콘인 신디 로퍼(Cindy Lauper)는 'Girls Just Want to Have Fun'에서 “여성들이 뭘 하든지 간섭하지 마라”고 외쳤고, 1990년대 여성 록의 전사인 앨러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부정한 남성들에게 혹독한 저주를 퍼부어댔다.

여가수 비욘세(Beyonce Knowles)의 최고 히트곡으로 2006년 말부터 무려 10주간 빌보드 팝 싱글 차트 정상을 호령한 'Irreplaceable'은 마치 고용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고용인을 갈아치우듯 정조를 지키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가슴 철렁한 해고통보를 날린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노래에 등장하는 염치없는 남자친구는 그녀의 남편 제이 지(Jay-Z)와는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이 곡의 오리지널 가사는 비욘세가 아니라 니요(Ne-Yo)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니요는 성공적 커리어우먼인 그의 고모와, 부정을 저지른 고모의 남자친구 얘기에서 'Irreplaceable'의 모티브를 빌려왔다. 솔직히 그녀가 고모가 아니라 이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에선 고모와 이모를 모두 'aunt'라 부르니 참 답답하다.

어쨌든 친절했던 니요의 고모는 남자친구가 바람피운 걸 알게 된 후 냉혹한 독사로 돌변한다. 니요의 얘기다. “고모 남자친구가 집에 들어와 옷장을 살피면서 자기 물건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죠. 고모는 옷장 왼쪽 박스에 다 들어있다면서, 옷장 안엔 자신이 산 물건들만 있다고 얘기했어요.”(I remember him coming to the house and looking in the closet and going, 'Where's my this, where's my that?' and she said, 'Oh, in the box to the left of the closet. Everything you own is in that box and everything I bought is over here.)

노래 속 여주인공은 그래도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을 내쫓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오히려 “새 남자친구가 일분 내로 온다.”고, 또 “택시를 불렀으니 빨리 꺼지라.”고 조롱까지 퍼붓는다. 이쯤 되면 'I'll survive'를 무색케 하는 강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Irreplaceable'은 비겁한 남성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들에게 더 이상 남성들의 불합리한 처사에 인내하지 말라고 촉구한다. 나쁜 남자친구, 나쁜 남편에게 당당히 맞서고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 놀이를 하지 말라고 외쳐댄다. 부정한 배반자에게 매달리며 또 다시 기회를 주는 건 물론 절대금물이란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여권의 위엄에 오금이 저리듯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노래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일분 내로 새 남자가 찾아온다는데, 과연 그가 이제 막 전 남자친구가 된 자보다 낫다는 보장은 어디 있단 말인가. 둘째, 결국 바람까지 피우게 되는 남자친구를 제대로 통제 못한 책임은 그녀에게 전혀 없는가. 그런 배은망덕한 자에게 비싼 재규어 자동차를 사주었다면, 그녀도 한때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귀족놀이를 했던 건 아닐까.

솔직히 남자친구에게 선뜻 재규어 자동차를 사줄만한 능력이 되는 여자가 비욘세 말고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Irreplaceable'을 부정한 남성들에 대한 멋진 경고의 노래라며 아름답게만 받아들이기에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비욘세와 니요는 한때 'Irreplaceable'을 두고 누가 더 창작의 공이 크냐는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비욘세가 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작사에도 참여했다고 한데 대해 니요는 다음과 같이 불편한 마음을 피력했다.

“가사는 내가 썼어요. 전체 가사를. 비욘세는 멜로디와 화음, 보컬편곡 부분에서 내게 도움을 주었지요.”(I wrote the lyrics, I wrote all the lyrics. Beyonce helped me with the melodies and the harmonies and the vocal arrangement.)

니요는 심지어 'Irreplaceable'을 비욘세에게 준 것 자체를 후회한다고 말해 그녀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노래 앞부분에 등장하는 'to the left'를 '떠나버려'나 '꺼져버려'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니요의 말처럼 단순히 그의 고모가 바람피운 남자친구의 짐이 담긴 박스를 옷장 왼쪽에 놓아뒀기 때문에 그렇게 가사를 쓴 것뿐이다. 아마도 'left'가 'leave'(떠나다)의 과거, 과거분사이기 때문에 생긴 오해인 듯하다.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Everything you own in the box to the left
In the closet that's my stuff, yes
If I bought it please don't touch


네 물건은 다 왼쪽의 박스 안에 있어
옷장 안의 것들은 다 내 거야
내가 산 건 제발 만지지 말아줘


And keep talking that mess, that's fine
But could you walk and talk at the same time?
And it's my name that's on that Jag
So remove your bags let me call you a cab


그래 계속 그 헛소리를 늘어놔, 괜찮아
근데 넌 걸으면서 동시에 말도 하니?
그 재규어는 내 거야
그러니까 네 가방들 갖고 사라져줘, 택시 불러줄게


Standing in the front yard
Telling me how I'm such a fool
Talking about how I'll never ever find a man like you
You got me twisted


앞마당에 서서
날 보고 바보라고 떠들어대지
너 같은 남잘 절대 못 만날 거라고
너 정말 제 정신이 아니야


*
You must not know 'bout me
You must not know 'bout me
I could have another you in a minute
Matter fact he'll be here in a minute, baby


너 정말 날 모르는구나
너 정말 날 모르는구나
난 일분 내로 새 남잘 찾을 수 있어
사실은 일분 후면 새 남자가 이리로 올 거야


** 
You must not know 'bout me
You must not know 'bout me
I can have another you by tomorrow
So don't you ever for a second get to thinking you're irreplaceable


너 정말 날 모르는구나
너 정말 날 모르는구나
난 내일이면 새 남잘 찾을 수 있어
그러니까 단 일초라도 네가 유일무이한 남자라고 생각하지 마


So go ahead and get gone
And call up that chick and see if she's home
Oops, I bet ya thought that I didn't know
What did you think I was putting you out for?


그러니까 서둘러 사라져
그리고 그 여자애한테 전화해, 집에 있는지
어머나, 넌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왜 내가 널 내보낸다고 생각했는데?


Because you was untrue
Rolling her around in the car that I bought you
Baby drop them keys
Hurry up before your taxi leaves


네가 진실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사준 차안에서 그녀와 구르고
자기야, 차 키는 놓고 가야지
서둘러, 택시 떠나겠어


Standing in the front yard
Telling me how I'm such a fool
Talking about how I'll never ever find a man like you
You got me twisted


앞마당에 서서
날 보고 바보라고 떠들어대지
너 같은 남잘 절대 못 만날 거라고
너 정말 제 정신이 아니야


repeat * 

repeat **


So since I'm not your everything
How about I'll be nothing, nothing at all to you
Baby I won't shed a tear for you
I won't lose a wink of sleep
'Cause the truth of the matter is replacing you is so easy


내가 너의 전부가 아니니까
아예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 게 어때?
자기야 난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릴 거야
밤새 잠 못 드는 일도 없을 거야
진짜 중요한 건 네가 너무 쉽게 대체된다는 거야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Everything you own in the box to the left
To the left, to the left
Don't you ever for a second get to thinking you're irreplaceable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왼쪽이야
네 물건은 다 왼쪽의 박스 안에 있어
왼쪽이야, 왼쪽이야
단 일초라도 네가 유일무이한 남자라고 생각하지 마


repeat *

repeat ** 

You could pack all your things, we're finished
(You must not know 'bout me)
'Cause you made your bed, now lay in it
(You must not know 'bout me)
I can have another you by tomorrow
Don't you ever for a second get to thinking you're irreplaceable


네 짐을 몽땅 쌓아, 우린 끝났어
(넌 정말 날 모르는구나)
네 침댈 스스로 만들었으니 거기 누워
(넌 정말 날 모르는구나)
난 내일이면 새 남잘 찾을 수 있어
그러니까 단 일초라도 네가 유일무이한 남자라고 생각하지 마

 

“Keep talking that mess.”에서 'mess'는 '헛소리' 정도를 뜻하는데, 명사로 '엉망인 상태나 상황', '더러운 사람', '제 정신이 아닌 사람', '똥' 등을 뜻한다. 군대내 식당처럼 '특정 그룹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는 장소'란 뜻도 있다. 이 경우 'mess hall'이라고도 한다. 몇 가지 예를 보자.

1. How did you get into this mess? (너 어쩌다가 이 꼴이 됐니?)

2. Clean up the room. It's a total mess. (청소 좀 해. 방이 엉망이잖아.)

3. He's a mess. (그 사람은 참 지저분해.)

동사로는 '...을 엉망으로 만들다'란 뜻이다. 역시 몇 가지 예를 들면.

1. I messed him up pretty bad last night. (어젯밤 그를 좀 두들겨 패줬다.)

2. Stop messing around with her mind. (그녀 마음을 갖고 장난치지 마.)

3. I wouldn't mess with her if I were you. (내가 너라면 그녀와 가까이 하지 않겠어.)

“It's my name that's on that Jag.”에서 영국의 고가 자동차인 재규어(Jaguar)를 말한다. 다른 가사버전에선 'Jag' 대신 'tag'라고도 한다.

“You got me twisted.”를 “너 정말 제 정신이 아니야.”로 번역했지만, 정확히는 “넌 날 오해했어.”란 말이다. 같은 의미로 훨씬 더 자주 쓰이는 “You got me wrong.”이란 표현이 있다.

“I could have another you in a minute.”에서 'another you'는 '또 다른 너'라기 보다는 '너 까짓것 정도'가 더 적합한 번역일 것이다. 'You'를 'man'으로 교체하면 이해가 훨씬 쉬울 듯하다.

“Matter fact he'll be here in a minute.”(사실은 일분 후면 새 남자가 이리로 올 거야.)에서 'matter'와 'fact' 사이에 'of'가 생략돼 있다. “As a matter of fact, he'll be here in a minute.”가 더 완성된 표현이다.

“Get (you) gone!”은 “(너) 꺼져!”란 말이다. “I'll get you gone!”은 “널 쫓아낼 거야!”가 된다.

“Call up that chick.”에서 'chick'은 원래 '병아리'나 '새의 새끼'를 뜻하는데, 주로 젊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여 왔다. 이 경우 '영계' 정도가 적합한 번역인 듯하다. 하지만 요즘은 비하의 의미가 많이 감퇴됐다. 최근에는 젊은 남성을 말하는 'guy'처럼 보편적으로 쓰인다. 'Chick'과 'literature'(문학)의 합성어인 'chick lit'(chicklit으로 붙여 쓰기도 함)이란 단어가 지난 세기 말부터 통용되고 있다. '여성독자를 겨냥한 여성용 문학작품'을 말한다. '여성관객을 겨냥한 여성용 영화'는 'chick flick'이다.

“What did you think I was putting you out for?”에서 'put out'은 '쫓아내다'의 의미로 쓰였는데, 주로 '...을 내놓다', '쓰레기를 내놓다', '불이나 담뱃불을 끄다', '물건을 출시하다', '출간하다' 등의 뜻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1. we put the trash out every monday. (우린 매주 월요일 쓰레기를 내어놓는다.)

2. My wife put out fancy dishes for the guests. (엄마는 손님들을 위해 화려한 그릇들을 내놨다.)

3. Please put me out of my misery. (날 죽여줘.)

4. The fire was put out quickly, because of brave fire-fighters. (용감한 소방관들 덕에 불은 순식간에 꺼졌다.)

5. Put the cigarette out please! (제발 담뱃불 좀 꺼줘!)

6. The company put out a new ad for next year. (회사는 내년을 겨냥해 새 광고를 내놓았다.)

'Rolling her around in the car'는 직역하면 '그녀를 차안에서 굴리다'가 되는데, 정확한 의미는 '차안에서 애정행각을 펼치다'이다.

“I won't lose a wink of sleep.”에서 'a wink of sleep'은 '눈 한번 깜빡할 정도의 짧은 잠'이란 표현이다. “I didn't get a wink of sleep last night.”라고 한다면 “난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란 말이다.

“Because you made your bed. now lay in it.”(네 침댈 스스로 만들었으니 거기 누워.)은 여주인공이 남자친구에게 “네가 만든 상황이니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즉 자업자득을 뜻한다. 그런데 'to make bed'는 원래 자고 난 후 '이부자리를 개다'란 의미로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엄마들이 주로 어린이들에게 “Don't forget to make the bed after you wake up.”이라고 말한다. 일어난 다음에 침대를 깔끔하게 정리하라는 말이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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