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리스.

영국의 록그룹 더 폴리스(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는 대중음악 역사상 노랫말에 담긴 뜻이 가장 잘못 전달된 노래다. 음악팬들은 질투와 울분으로 점철된 이 스토커(stalker)의 노래를 애절한 사랑의 노래로 오해했다. 어떤 이들은 결혼찬가로 'Every breath you take'를 선택하기도 했다.

“아주 끔찍하다 못해 사악한 노래죠. 이 노랜 질투와 감시, 소유욕으로 가득 차있어요.(I think it's a nasty little song, really rather evil. It's about jealousy and surveillance and ownership.) 이 곡을 만들기 직전 스팅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첫 아내 프랜시스 토멜티와 별거 상태에서 그는 폴리스의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둘은 결국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 Synchronicity >가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했다.

문제는 아내와의 불화뿐만이 아니었다. 폴리스의 다른 두 멤버 중 드러머로 사실상 폴리스의 창설자인 스튜어트 코플랜드(Stewart Copeland)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코플랜드와는 주먹다짐을 할 정도였고, 이로 인해 리코딩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매니저인 마일즈 코플랜드(크리스 코플랜드의 형)의 중재가 없었다면 < Synchronicity >는 아마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앨범의 녹음이 시작되면서 스팅은 점차 우울한 독재자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사, 작곡이나 녹음 과정에서 그는 프론트맨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을 뿐 기타리스트 앤디 서머즈(Andy Summers)와 코플랜드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했다. 스팅은 점차 고립돼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이 예술가로 하여금 걸작을 낳게 한다고 했던가.

광기에 시달리던 어느 날, 한밤중에 깨어난 스팅은 자신처럼 의심 많고 괴팍한 한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곧바로 피아노에 앉은 그는 불과 20분 만에 'Every breath you take'의 작곡을 완성했다. 스팅의 말이다. “얼핏 듣기에는 가슴을 위로하는 러브 송으로 들린다. 당시에 나는 이 노래가 얼마나 사악한지 깨닫지 못했다. 이 노랠 만들 때 난 아마도 독재자나 감시, 통제와 같은 언어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It sounds like a comforting love song. I didn't realize at the time how sinister it is. I think I was thinking of Big Brother, surveillance and control.)

'Every breath you take'가 폴리스의 최고 히트곡이 될 거란 스팅의 예측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발매 후 얼마 되지 않아 빌보드 팝 싱글차트 정상에 오른 이 곡은 무려 8주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그 해 최고 히트곡의 영예를 누렸다.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선 '올해의 작곡' 등 두 개 부문에 걸쳐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성공도 폴리스의 종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 Synchronicity >의 대성공 이후 토멜티와 이혼한 스팅은 곧바로 새 앨범작업에 몰두했으나, 코플랜드의 낙마사고로 인해 앨범 리코딩은 무작정 미뤄졌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여곡절 끝에 세 멤버가 다시 스튜디오에 모였지만, 더 이상의 매직은 없었다.

어떤 드럼머신을 써야하는가 하는 등의 사소한 문제로 스팅과 코플랜드는 리코딩 내내 미친 듯 싸웠다. 이 바보 같은 다툼으로 위대한 밴드 더 폴리스의 역사는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후 스팅과 서머스는 서로의 솔로 앨범에 도움을 주며 친분관계를 유지했으나, 코플랜드는 애니멀 로직(Animal Logic), 오이스터헤드(Oysterhead) 등의 그룹을 만들어 독자적 활동을 펼쳤다.

더 폴리스 세 멤버가 다시 뭉친 건 스팅과 그의 두 번째 부인 트루디 스타일러(Trudie Styler)의 결혼식에서였다. 하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셋은 'Roxanne'과 'Message in a Bottle'을 연주했다. 소원했던 스팅과 코플랜드는 이날로 완전히 우정을 회복했다.

'Every breath you take'는 1997년 퍼프 대디(Puff Daddy, 지금은 P. Diddy로 활동)가 동료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위한 추모곡 'I'll be missing you'에 이 곡을 샘플링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I'll be missing you'는 무려 11주 동안 빌보드 팝 싱글 차트 1위를 기록, 8주 1위를 기록한 폴리스의 오리지널 'Every breath you take'보다 더 큰 성공을 누렸다. 두 버전의 1위 기간을 합하면 총 19주가 되는데, 이는 빌보드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 이전까지 빌보드 팝 싱글차트 최장 1위 기록은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멘의 듀엣 곡 'One Sweet Day'로 16주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스팅은 이듬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퍼프 대디와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이후 둘은 친구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스팅의 입장이라면 퍼프 대디와 친하게 지내는 게 당연할 듯하다. 왜냐면 지금까지 스팅이 벌어들인 저작권 수입 중 약 30%가 'Every breath you take' 때문인데, 그중 대부분은 'I'll be missing you'의 대박히트로 발생했다. 스팅은 여러 차례 농담조로 'I'll be missing you' 덕에 자식 여럿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노라고 말한 바 있다.

 

Every breath you take
Every move you make

Every bond you break
Every step you take
I'll be watching you 


네 모든 숨결
네 모든 움직임
네가 깨뜨린 모든 관계
네 모든 발걸음을
내가 지켜볼 거야


Every single day
Every word you say
Every game you play
Every night you stay
I'll be watching you


매일매일
네가 하는 모든 말
네가 하는 모든 게임
네가 머무는 모든 밤을
내가 지켜볼 거야


Oh can't you see
You belong to me?
How my poor heart aches with 
every step you take.


왜 너는 모르나
네겐 나뿐이란 걸
네가 밟는 모든 걸음걸이에 밟혀 
아파하는 내 불쌍한 마음을


Every move you make
Every vow you break
Every smile you fake
Every claim you stake
I'll be watching you


네 모든 움직임
내가 깨뜨린 모든 약속
네 모든 거짓 웃음
네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내가 지켜볼 거야


Since you've gone I've been lost without a trace
I dream at night, I can only see your face
I look around but it's you I can't replace
I feel so cold and I long for your embrace
I keep crying baby, baby please!


당신이 떠난 후로 당신의 흔적을 잃은 채 방황했어요
매일 밤 꿈속에 보이는 건 당신 얼굴뿐
사방을 둘러봐도 그 무엇으로도 당신 자릴 채울 수 없어요
난 춥고, 당신의 포옹을 필요로 해요
그대여, 난 지금 울고 있답니다


Every move you make
Every vow you break
Every smile you fake
Every claim you stake
I'll be watching you (repeat)


네 모든 움직임
내가 깨뜨린 모든 약속
네 모든 거짓 웃음
네가 주장하는 모든 것을
내가 지켜볼 거야 (반복)

 

'Every breath you take'는 말 그대로 '매순간 네가 쉬는 숨'이란 뜻이다. 'To take someone's breath away'는 '너무 멋지거나 놀라와 숨이 멎을 것 같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그녀의 몸매가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멎을 것 같다.”라고 말하고 싶다면 “Her beautiful figure just takes my breath away.'라고 하면 된다. 'Take a breath'는 '숨을 쉬다', 'take a deep breath'는 '심호흡하다'이다.

'Every bond you break'(네가 깨뜨린 모든 관계)에서 'bond'는 '유대'나 '관계'를 말한다. 아마도 스팅은 관계나 유대를 깨뜨리는 상대의 의도나 행위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Bond'는 '속박', '굴레' 등의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다'는 'to release from the bond'이다. 또한 'bond'는 '채권', '담보대출금', '보석금', '접착제(본드)' 등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다. 동사로는 '접합시키다', '유대를 이루다' 등의 의미가 된다.

“I'll be watching you.”가 바로 이 노래의 참 뜻을 오인케 하는 문제적 가사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본다면 이 곡이 러브송이 되겠지만, “한번 두고 보겠어.”, “한번 지켜보겠어.”란 마음으로 말한다면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스토커의 말이라면 정말 무섭다.

'Every game you play'(네가 하는 모든 게임)는 연인관계에서 주도권을 다툼이나 머리싸움 등을 말한다.

“How my poor heart aches with every step you take.”를 풀어서 해석하면 “네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 걸음에 내 불쌍한 가슴이 밟혀 아파한다.”란 말이 된다.

'Every vow you break'에서 'vow'(약속)는 'promise'보다 훨씬 더 강한 느낌으로 '서약', '맹약', '맹세' 등을 뜻한다. '결혼서약'은 'wedding vow'나 'marriage vow', '(성직자 등의) 순결 맹세'는 'chastity vow'라고 한다. 수녀들이 순결서원을 할 때 “Nuns take a vow of chastity.”라고 한다.

“It's you I can't replace.”에서 'replace'는 대체적으로 '바꾸다', '교체하다', '대신하다'인데, (원래 자리에) 다시 놓다'란 의미도 있다. 명사형으로 '대체물', '후임자', '대체인력' 등을 뜻하는 'replacement'가 있다. 동사로 'replace'가 쓰인 몇 가지 예를 보자.

1. Don't you ever think I can't replace you with someone. (내가 네 자릴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

2. You need to replace those broken windows. (깨진 유리창들을 교체하셔야겠네요.)

3. He replaced the book on the shelf. (그는 책장에 책을 도로 꽂아 넣었다.)

“I long for your embrace.”에서 'embrace'는 명사로 '포옹', '껴안기'이다. 동사로는 '포옹하다', '받아들이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몇 가지 유용한 표현.

1. a tender embrace, 또는 a warm embrace - 부드러운 포옹, 따뜻한 포옹

2. embracing Christianity - 기독교에 귀의하다

3. to embrace country life - 시골생활을 받아들이다

마지막으로 'every' 바로 뒤에 명사가 붙을 때는 거의 대부분 단수를 쓴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ach' 뒤에 명사가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매 5시간마다'(every 5 hours), 혹은 '매 30분마다'(every 30 minutes) 등 복수명사가 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숫자가 들어있는 이런 경우는 형태가 복수명사라 하더라도 실제는 단수로 취급된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every'나 'each' 뒤에 복수명사를 쓰는 경우도 간간이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법적으로 맞는 건 아니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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