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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가사의한 선사시대 그림은?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07.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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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1920년대에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남부에 있는 제2의 도시 아레키파 간의 정기 항공노선이 생긴 이후 여객기 기장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리마에서 남쪽으로 약 400㎞ 떨어진 사막과 안데스산맥의 낮은 구릉에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

일부 현지인들은 그것이 실개천 같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 지역에 불가사의한 개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16~17세기의 기록에도 등장한다. 1927년에는 페루의 헤스페라는 고고학자가 그 수수께끼를 파헤치기 위해 현지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그는 실개천이 종교적인 의식을 위해 사용된 고대의 신성한 도로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1939년에 발표했다. 하지만 헤스페의 보고서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나스카 라인은 크기와 다양성 면에서 선사시대 세계의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장대한 예술적 업적이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나스카 평원의 그림이 유명해진 건 미국의 역사학자 폴 코소크의 조사 이후다. 헤스페가 보고서를 발표한 바로 그해 페루 해안지방의 고대 관개시설 연구를 위해 그곳을 방문한 그는 우연히 평원에 새겨진 그림을 본 뒤 지상화의 존재를 학회에 보고했다.

나스카 라인의 수수께끼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견해를 내놓은 이는 폴 코소크의 권유로 연구를 시작한 독일의 수학자 마리아 레이헤였다. 반생을 나스카의 연구에 바친 탓에 ‘사막 마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레이헤 박사는 그 그림들이 기원전 600년~서기 190년 사이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약 450㎢의 나스카 평원에 펼쳐진 나스카 라인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첫 번째 부류는 동물이나 식물 같은 다양한 자연 형상을 도식적으로 표현한 그림들이다. 거미, 원숭이, 도마뱀, 벌새, 범고래 등을 동물을 비롯해 꽃, 나무 등의 식물, 그리고 베틀, 장식용 걸쇠 같은 일상적 물건까지 약 70점의 그림이 이 부류에 해당한다.

이 중에는 우주인으로 불리는 그림도 있는데, 어떤 이는 그것이 부엉이의 머리를 한 성직자의 모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인간처럼 두 손을 가지고 있으며 한 손의 손가락이 4개인 이상한 생명체의 형상도 그려져 있다.

우주인처럼 보이는 그림. 부엉이 모양을 한 성직자 그림이라는 설도 있다. ⓒ 위키피디아(Diego Delso)

두 번째 부류는 온전한 선으로 구성된 그림들이다. 이 지역 평원의 특정 부분에서 사방으로 교차하는 이 선들 중 어떤 것은 그 길이가 몇 ㎞에 이르며 삼각형, 나선형, 직사각형, 물결선 등의 다양한 기하학적 형상을 띤다.

그중 어떤 것은 결승문자처럼 중심에서 뻗어 나가거나 중심을 둘러싸는 형태를 지닌 것도 있다. 결승문자란 문자가 아직 없었던 미개 사회에서 끈의 매듭이나 길이 등으로 사실을 기록한 원시적인 기억 보조 수단을 말한다. 10세기 잉카제국에는 키푸라는 결승문자가 있었는데, 이는 페루어로 매듭이란 뜻이다.

레이헤 박사는 나스카 라인이 고도의 수학적 방식에 의해 그려진 천체 운행도, 즉 달력이라고 주장했다. 직선은 태양과 달, 별의 궤도를 나타내고 동식물 그림은 나스카 문명의 신이었던 성좌를 의미한다고 해석한 것.

하지만 레이헤 박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968년 미국의 천문학자 제럴드 홉킨스가 나스카 지상화 93개와 별 관측 자료 45개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설사 나스카 라인이 천체 운행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별이 뜨는 밤에는 보이지 않는 지상의 선이 천체 관측의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신비한 그림의 진짜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나스카 라인은 가장 불가사의한 고고학의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때문에 외계인이 착륙했던 흔적이라는 설, 고대의 목초지 경계선이었다는 설, 직물 패턴을 크게 그린 것이라는 해석, 무속적인 환상을 볼 수 있게 촉진시키는 역할이었다는 설 등 다양한 가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우주 조종사 출신의 짐 우드맨은 비행이 가능한 생명체가 만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나스카 라인 주변 무덤에서 발견된 직물이 그 근거였다. 이 직물들은 열기구에 사용되는 소재보다 기밀성이 뛰어나며 낙하산 소재만큼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실제로 짐 우드맨은 나스카 직물로 열기구를 만든 결과, 120m의 상공을 14분이나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레이헤 박사는 열기구 같은 비행물체 없이도 나스카 라인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 보였다. 작은 밑그림을 일정한 비율로 계속 확대해가면 높은 곳에서 유도하지 않아도 지상화를 그리는 것이 가능하다.

나스카 라인의 수수께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까지 새로운 그림의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야마가타대학 연구진은 2014년 17점, 2015년 42점의 새 그림을 나스카 평원에서 추가로 발견한 데 이어 올해 봄에는 여러 개의 발과 긴 혀를 가진 약 30m 크기의 괴동물체 그림을 찾아냈다. 이 그림들은 기존에 알려진 지상화들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아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카 라인과 지상화는 크기와 다양성 면에서 선사시대 세계의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장대한 예술적 업적으로서 남미 지역의 문화 및 신앙에 대한 뛰어난 증거를 보여준다는 점을 인정받아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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