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미 금리차이가 0.5%로 벌어진 상황이지만 가계부채 및 경제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판단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할 것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8개월째 변동 없이 유지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정책금리(2.00%)와의 차이도 0.50%로 이전과 동일하다.

금융시장에서는 당초 한미 금리역전현상으로 인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최근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동결을 예측하는 의견이 크게 늘었다.

한은의 이번 동결 결정은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리스크 증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중국에 대한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이며 160억 달러의 추가관세 부과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게다가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의 추가 관세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무역전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은이 쉽게 금리인상을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가계부채 문제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일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속도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올 상반기 가계부채 총액은 1468조원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서민 부담도 가중되는 추세다. 한은 금통위원들 또한 지난달 20일 열린 회의에서 “가계부채 누증이 잠재리스크”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풍선처럼 부푼 가계부채 문제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 한은도 신중한 행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연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해 차후 확대될 한미 금리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0.50%의 한미 금리차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으로 국내 채권 매수세가 계속되는 등 자금이탈 현상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올해 안에 2회 이상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경우 최대 1.00%까지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수 있다. 만약 자금이탈이 시작될 경우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어,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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