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TVN의 새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방영됐다. ‘미스터 션샤인’은 과거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에서 호흡을 맞춰 온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프로듀서가 다시 뭉친 TVN의 새 주말드라마로, 40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이병헌, 김태리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은 기존 드라마·영화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구한말 의병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대중들 뿐 아니라 역사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구한말 의병운동은 이후 일제시대 항일독립운동의 모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지만, 그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 일부 시청자들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구한말 의병운동에 대한 역사적 조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1, 2회가 방송된 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김은숙표 로맨스에 역사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러 당대 표기법을 고려해 ‘미스터 선샤인’이 아닌 ‘미스터 션샤인’으로 제목을 정했을 정도로 고증에 신경썼지만, 초반 방영분에서 벌써 일부 소품이나 설정이 시대적 배경과 어긋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오영섭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연구교수는 11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태리씨가 2회에서 연발총으로 사격연습을 하는 장면을 지적하며 “"이 총은 당시 일본군이 지녔던 것으로, 의병에게는 그러한 연발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태리씨가 미국인 암살사건에 연루되는 장면에 대해서도 “이때 시점이 대략 1899년에서 1902년 사이로 보이는데, 당시에는 의병이 미국인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다 조선으로 돌아온 '유진초이'역(배우 이병헌씨)의 설정에 대해서도 시기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병헌씨 아역이 조선에 들어와 있던 미국인을 따라 미국으로 넘어가는 게 신미양요(1871년) 때인데, 이 시점에는 미국인들이 조선 땅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며 “미국인이 한국 땅에 들어온 것은 1885년이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역사 고증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청자는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지나치게 고증을 따지는 것은 무리”라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드라마를 즐기는데 문제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시청자도 “역사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좋았겠지만, 고증 문제로 이런 시도를 깎아내리는 것은 과도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대가 높았던 만큼 고증 문제에 실망감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력보다는 고증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 한 시청자는 “2화까지밖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고증 문제가 나오는데 남은 분량이 걱정된다”며 “로맨스를 그릴 생각이면 애초에 가상시대를 설정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고증보다 역사관의 왜곡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연석씨가 맡은 ‘구동매’역에 대한 서사가 친일파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르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미스터션샤인’에서 ‘구동매’는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뒤 흑룡회 상부조직인 겐요사에 들어가 조선 침략에 앞장서는 인물로 그려진다. 메이지유신 이후 결성된 우익 결사단체 겐요샤는 1895년 을미사변을 일으켰으며, 흑룡회는 겐요샤의 하부조직으로 한일합방운동을 전개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구동매’의 불우한 어린시절과 여자주인공 ‘고애신’에 대한 연정 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겐요샤 입단과 이후 활동이 미화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동매가 겐요샤에 속하게 된 이유를 정당화하듯 상세하게 늘어놓는 것 자체가 미화다”라며 “조선이 버린 백정을 일본이 키워줬다는 설정 자체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청자는 “김은숙표 로맨스에서 서브남주의 비중이 높은 것은 전통이다”라며 “구동매 서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 드라마가 2화밖에 방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일왜곡 논란은 섣부른 비난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청자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배경이라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향후 줄거리를 가지고 친일미화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다른 시청자 또한 “김은숙 작가의 경력이 짧지 않은데, 설정이 친일미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느냐”라며 “아직 드라마 내용이 제대로 나온 게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오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의병운동은 실패할 소지를 100% 안고 시작하는 것”이라며 “성공하지 못할 것을 알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매체에 의해 조명되지 못했던 구한말 의병운동이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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