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최근 일본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재난강국 일본'의 명성이 추락했다.
10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2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 수도 60~8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교도통신은 실종자 수를 86명으로, NHK는 63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이는 1982년 299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나가사키 대수해'에 이어, 1989년 헤이세이 일왕 등극 이래 최악의 폭우 재해로 기록됐다. 이번 폭우로 고속도로 통행금지와 철도 운행 중단 사태가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해지역에선 재해발생 후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는 72시간이 이미 지난 가운데 실종자 등에 대한 수색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현재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인원은 1만1천여명으로 집계됐다.
호우로 인한 농업 관련 피해도 잇따랐다. 농림수산성이 이번 폭우를 포함해 지난달 말 이후 농업 관련 피해액을 파악한 결과 26개 지역에서 25억엔으로 나타났다. 농작물 피해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지역이 많아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고속도로를 포함해 12개 노선의 일부 구간에서 토사 유입 등으로 통행이 중단돼 물류 수송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전 재개까지는 1주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피해지역에선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기상청은 건강에 유의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일본 언론은 "정부 당국이 다른 재해에 비해 폭우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하천 범람 등으로 1만 채 이상의 건물이 침수된 폭우는 2004년 이후 11번 발생했다. 국토교통성은 100년마다 한 번 오는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정비 방침을 정해놨지만, 공사가 완료된 하천은 없다. 2006년 하천 정비에 배정된 예산도 7961억 엔(약 7조9703억 원)으로 1997년의 1조3700억 엔보다 크게 줄었다.
기업도 지진 등 다른 재해에 비해 폭우 대비에 소홀했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의 조사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인 BCP를 수립한 기업 중 폭우 피해를 가정한 곳은 30%에 불과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폭우로 인해 대피령이 나온 상황에서 자민단 의원들과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시민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폭우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총리와 의원들이 술을 마셨다니 제정신인가"라며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