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망을 좁히고 있다. 특히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계열사들이 조사 물망에 오르면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삼성에버랜드에서 급식사업을 분할해 설립된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삼성웰스토리를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삼성웰스토리가 조사 물망에 오르면서 계열사에 단체급식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신장시켜온 주요 급식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오너일가 지분이 늘어나며 공정위 내부거래규제 대상이 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가 공정위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정몽근 명예회장(1.97%)과 장남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12.67%), 차남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23.03%) 등이 주요 지분을 소유한 업체로 현대백화점그룹 뿐만 아니라 범현대가 계열사들의 단체급식을 도맡으며 성장해왔다. 지난 2014~2016년 3년간 약 16.6%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던 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내부거래 총액은 약 2627억원. 전체 매출의 17.8%로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

이 수치는 삼성웰스토리의 지난해 내부거래비중(38.4%)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현대백화점그룹 외 범현대가 계열사와의 거래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그린푸드의 푸드사업부 매출은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등의 중국 생산시설에서 급식소를 운영하며 크게 늘어났다. 범현대가 계열사에 대한 매출을 고려하면 현대그린푸드의 내부거래 비중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범 현대가와의 거래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행 규제 상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의 내부거래액이 연 200억원을 초과하거나, 연매출액의 12%를 넘어설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대상으로 간주된다. 정몽근 회장은 지난 2014년 현대그린푸드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지분율을 30% 이하로 유지해 내부거래 규제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정지선·정교선 형제가 계열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오너일가 보유지분이 30%를 넘어서게 됐다.

또한 현대그린푸드가 자회사인 식자재유통업체 현대캐터링시스템과의 내부거래로 고 정주영 창업주의 조카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을 챙겨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은 지난 2012년 현대그린푸드가 100% 출자해 설립한 업체로 현대그린푸드에 조리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의 지난해 총 매출은 1128억3500만원으로, 전부가 현대그린푸드와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당초 현대그린푸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2014년 현대에쓰앤에쓰가 2억원을 유상증자하면서 현대캐터링시스템 지분 19.8%를 차지했다. 현대에쓰앤에쓰는 정몽혁 회장의 아내 이문희(1%) 및 자녀 정두선(20%), 정우선(17%), 정현이(16%) 등이 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정몽혁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현대에쓰앤에쓰에 현대캐터링시스템 지분을 넘긴 것을 제식구 챙기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거래로 매출이 보장된 계열사 지분을 넘길 경우 상당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며 이를 현대백화점 그룹 차원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캐터링시스템 매출은 지난 2012년 창립 당시 약 200억원 수준에서 유상증자 이후 1100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대기업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며 주요 그룹사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최근에는 5조원 이하의 중견그룹까지 내부거래 조사망을 확장하며 일감몰아주기 청산에 사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해온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그린푸드, 현대캐터링시스템 등에 얽힌 의혹을 어떻게 걷어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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