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 입구에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6일 평양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으로 비핵화 과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희망적 예측과는 달리,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요구사항을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북한과 조율하기 위한 차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향하기 전 “이번 방문에서 (비해화) 합의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채워넣고, 북미 양국 정상이 서로와 세계에 약속한 바를 실행하기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도 같은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미 양국 실무협상단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이행을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지난 1일 열린 판문점 회동에서 양측 대표단은 구체적 용어 및 이행조치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북미정삼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합의사항 없는 선언에 그쳤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북미회담에 대해 “불필요하고 일방적인 합의에는 관심이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 지속을 위해 선의를 제공하는 짐을 짊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세 번째 방북을 결정하자, 미국 내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당초 목표였던 ‘완전한 비핵화’를 하향조정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5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미국이 사생결단식 접근방법에서 한 발 물러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조건을 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안보 컨설턴트 베아트리스 마네쉬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국제합의를 약화시켜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 대화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장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북미회담 이후 올해 안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상당수 해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핵위협방지구상(NTI)의 리차드 존슨 선임 연구원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규모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12개월 내에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처럼 빠른 비핵화 일정을 강요하면 북한이 다시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 및 시설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미국이 비핵화 요구조건을 완화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 지도자가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회담 이후 거의 한 달이 다 되가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계획의 윤곽이 나오지 않으면서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정부 안보라인들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싱가포르 회담의 열정을 구체적이고 확증가능한 합의로 바꾸는 작업은 이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몫이 됐다”고 보도했다. NYT 는 트럼프 정부가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정부 시절 이끌었던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한 만큼, 북한과의 협상에서 전임자 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이행 조치에 관한 세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파트너로 존 볼턴 대신 폼페이오를 선호하는만큼 미군 유해 송환 등 선물을 안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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