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실 제공

[이코리아]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5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하 ‘전시계엄수행방안’)제하의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에 보고한 문건으로 파악됐다.

‘전시계엄수행방안’은 지금까지 확인된 위수령 관련 문건과 차원이 다르다. 기존 문건들은 법적요건이나 절차 등 법률 검토의 성격이 강했다. 반면에 이번 문건은 위수령-경비계엄-비상계엄’ 등 단계적 상황별, 발령권자, 증원부대의 지정과 배치, 계엄사의 편성과 업무까지 망라하는 군 차원의 대비계획이라는게 이철희 의원의 설명이다.

‘전시계엄수행방안’은 <현상진단>, <비상조치유형>, <위수령발령>, <계엄선포>, <향후조치> 등 총 5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현상진단>에서는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기무사의 비뚤어진 상황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기무사는 촛불정국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저항으로 보지 않고,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으로 이해했다. “촛불집회(18차 연인원 1,540만 여명)가 ‘기각되면 혁명’을 주장”한다고 해석한 부분이 그 예다.

헌법재판소 선고 후 전망은 더욱 과장됐다.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해 청와대·헌법재판소 진입·점거를 시도”, “… 동조세력이 급격히 규합되면서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 사이버 공간상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 집회시위가 전국으로 확산”, “…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하여 방화·무기탈취를 시도 …” 등 한국사회가 심각한 치안불안 상태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상진단>은 “北 의 도발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시위악화로 인한 국정혼란이 가중 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軍 차원의 대비 긴요”로 끝을 맺는다.

<비상조치유형>에서는 기무사의 단계별 비상조치 시행방안이다. 위수령과 계엄의 차이를 비교한 후,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여 대응하고 상황악화 시 계엄(경비→비상계엄) 시행 검토”라는 방안을 제시한다. 단계별 계획을 제시한 까닭은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계엄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여의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희 의원은 “기무사의 해당 문건은 비상조치의 법적 요건이나 절차를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단계별 발령권자, 증원부대의 지정과 배치, 계엄사의 편성과 업무 등을 망라하는 사실상의 실행 계획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 근거로 <서울지역 위수령 발령시 조치>에서 “수방사령관을 위수사령관으로 임명, 시위대 대응을 준비”하고,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 시도시 위수령을 발령 검토” 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아울러 기계화 5개 사단과 특전 3개 여단 등 증원가능부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

<계엄 선포> 항목도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담았다. 기무사는 사회 혼란 수준에 따라 ‘경비계엄’에서 ‘비상계엄’으로 확대하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 일례로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을 임명 … 계엄사는 ‘B-1 벙커’ 에 설치”, “계엄임무수행軍은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 6개 여단으로 구성”, 청와대 등 “중요 방호시설은 … 3개 여단 규모가 전담”, 과격시위 예상지역인 “광화문은 3개 여단, 여의도는 1개 여단이 담당”한다는 등 구체적인 부대 운용 방안까지 담았다. 

<비상계엄>의 경우, 군에 의한 ‘정부부처 지휘·감독’, ‘계엄사범 색출’, ‘언론통제’ 등에 사실상 군정 실시 방안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엄협조관(48명) 편성하여 24개 정부부처에 파견하고 정부연락관(58명) 소집, 정부부처 지휘·감독”, “합동수사본부는 정보수사기관을 조정·감독하여 … 계엄사범을 색출, 사법처리”, “계엄사 보도검열단(48명)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9명)을 운영, …  언론통제”, “방통위 ‘유언비어 대응반’은 … 포고령 위반자의 SNS계정 폐쇄” 등 세세하게 비상기구들의 구체적인 임무까지 담았다.

기무사의 ‘전시계엄수행방안’ 문건은 “촛불집회 때 軍이 위수령·계엄령 준비했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된다. 당시 한민구 전 국방 장관이 법무관리관에게 계엄령을 포함한 병력출동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 이유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기무사의 이번 문건이 그 의혹을 푸는 열쇠로 보인다.

이철희 의원은 “촛불집회 때 군이 위수령·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며 “단순히 해당 문건의 작성경위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 치안확보를 빌미로 군을 움직이려 했던 위험천만한 시도가 없었는지, 또 기무사 외에 가담한 군 조직이나, 국방장관의 윗선은 없는지 등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담자 전원의 발본색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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