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강우일 제주교구장이 예멘 난민 문제와 관련해 포용을 적극 호소했다.

강 주교는 1일 교황 주일을 맞아 제주교구민들에게 보낸 사목 서한에서 “최근 예멘 난민 500여명이 제주에 들어와 많은 이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예멘 난민의 집단 수용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며 추방을 요구한다. 하지만 역지사지로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자.”라고 운을 뗐다.

강 주교는 이어 “우리 민족도 역사적 부침에 따라 난민의 삶을 살았다. 일제 강점기에 땅과 집을 뺏긴 우리 선조들은 만주로, 연해주로 떠나야 했다. 먹고살기 위해 떠난 이들도 있었고 민족의 독립을 위해 떠난 이도 있었다. 당시 우리 선조들이 살기 위해 그랬듯 예멘 난민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서한에서 “내전이 발생한 예멘을 탈출해 제주에 왔듯이 제주도에서도 4.3사태 당시 재앙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이 많았다”고 지적하며 “700만명에 이르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다른 나라 사람들의 선의로 새 삶을 살고 있다.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 친척과 가족이 그 나라 국민에게 배척당하고 외면당해 내쫓긴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겠느냐.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문전박대하면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복을 청할 수 있느냐. 그런 자세로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만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마지막으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여러분들에게 난민을 포용하고, 자비를 베풀 것을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예멘 난민의 포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종교계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배우 정우성씨는 지난 26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세계 난민 문제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한 세션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과 난민의 인권, 그중 어느 하나를 우선시하자는 게 아니다. 난민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라며 포용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제주도 무비자 입국불허 대상국에 예멘을 포함시킨데 대해 ”이런 식으로 난민들의 입국을 제한하면 난민들은 어느 나라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만약 예멘 난민들의 출도가 허가됐다면 서울에 있는 예멘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했을 것이고 정부와 제주도의 부담도 덜어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