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타임지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세계 각국과 무역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미국 기업들이 고용감소, 공장이전 등을 추진하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반기를 든 것.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알루미늄·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원자재 비용이 상승한데다, 무역갈등으로 인한 보복관세까지 겹쳐 유럽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며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산 자동차에도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뜻밖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를 통해 “두고 보라, (생산시설) 이전은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며 “항복하는 순간 끝이다. 전례없는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캐나다 등 주요 동맹국에게까지 관세를 부과하며 갈등을 일으켜왔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보수적 지지층을 결집시켰지만, 시장 불안과 경제적 고립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생산시설 이전계획 발표는 잠재돼 있던 미국 재계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사건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기업이다. 미국 전통의 제조업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명백한 반기를 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를 쏟아내면서도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중국의 미국에 대한 기술 투자를 제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새로운 규제보다 현재 의회에서 심의 중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 강화 법안에 맡길 것”이라고 말한 것. 당초 백악관은 중국에 의한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자본이 미국 IT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중국 투자 제한에 대한 계획을 온건한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해석했다.

미 언론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승리로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회전문매체 ‘더힐’은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치르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협상 지연 ▲중국과의 관세 전면전 ▲자동차 관세로 인한 유럽연합과의 갈등 ▲전세계적 보복관세 ▲공화당 내부 반발 등 5가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예견했다.

트럼프 정부는 NAFTA 개정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철강 관세 조치로 캐나다·멕시코 등 회원국을 압박해왔다. 더힐은 이런 조치가 전통적 동맹관계만 훼손했을 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음달 6일로 예정된 대중국 관세조치가 시행될 경우 대중 농산품 수출 감소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무역전쟁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의회에 출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것은 결국 물가 상승을 가져와 미국 서민들에게 또 다른 세금을 물리는 것과 같다”며 “당신은 미국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국내외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또한 최근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무역법 232조의 국가안보 조항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인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코커 위원장은 이어 “(트럼프 정부가)유럽의 동맹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및 다른 나라를 상대로 이를 적용하는 바람에 세계가 우리에게 맞서도록 결집했다”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4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치킨게임”에 빠져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전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서 호언장담을 반복해온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미국 내 정재계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될 경우 국정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의 탈미 현상에 직면해서도 무모한 치킨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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