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 기반기술인 뇌과학도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사고와 마음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었지만, 인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개발한 후 인간의 뇌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복잡한 두뇌의 작용에 대하여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뇌과학 연구자들이 주로 MRI로 두뇌의 활동을 파악했다면, 최근의 연구는 인간의 사고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새로운 기술을 두뇌에 바로 업로드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단순히 생각만 다운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범주인 꿈까지 컴퓨터로 전송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초기에는 인간의 두뇌에 전극을 삽입하여 전자기장의 미세한 변화로 기계를 조정하였지만, 최근에는 복잡한 전극의 삽입 없이 생각만으로 로봇을 조작하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기술이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글에서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활성화되고 있는 다양한 뇌과학 연구의 성과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뇌의 진화와 뇌의 잠재력

1994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은 벌써 5편의 후속편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 개봉한 ‘쥬라기월드-폴런 킹덤’도 극장가에서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 시리즈에서는 공룡의 화석에서 유전자를 복제하여 생명을 재탄생시켰는데, UC샌디에고 의대의 앨리슨 무오트리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의 DNA을 가진 미니뇌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현생인류도 네안데르탈인이 보유한 DNA의 1~4%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처럼 시신을 매장하고, 정교한 도구를 만들었고, 조잡하지만 벽화도 그렸다. 무오트리 교수는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뇌세포가 자폐아의 세포와 비슷함을 밝혔고, 네안데르탈인의 사회성이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인류는 기본적으로 이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네안데르탈인이 가진 낮은 사회성은 인류와의 경쟁에서 패배하도록 만든 한가지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에 비하여 현생인류의 뇌는 크게 발달했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가 넘는 뇌신경세포를 가졌으며, 이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125조개나 되는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다. 각각의 시냅스는 마치 조그만 연산장치와 레지스터 가진 CPU처럼 작동한다. 인간의 뇌는 결국 리눅스를 탑재한 수많은 개인용컴퓨터들을 연결하여 만든 형태의 슈퍼컴퓨터와 유사하다. 유인원과 달리 두뇌가 발달한 인간은 누구나 첨단 스마트폰의 3배 이상이 되는 우수한 정보처리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뇌의 시냅스의 3분의 1은 유전적으로 구성되며 또다른 3분의 1은 환경의 영향으로 발전되며, 그리고 나머지는 임의적으로 형성되며 성장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뇌의 빈 공간을 꾸준히 채워가는 것은, 인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함과 창의성이 바람직하지 않은 악함이나 무지와 싸워서 이기도록 뇌를 형성해 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다만, 아직도 우리는 뇌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

필자는 과거 인도의 뇌과학 서적을 번역한 적이 있는데, 인도인들은 인간의 두뇌가 40개의 언어를 완벽하게 처리할 정도의 용량을 가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인류는 빈곳이 넉넉한 하드디스크처럼 뇌의 일부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재적인 과학자 아인스타인도 뇌의 2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뇌의 기능은 부위별로 특정되어 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영역이 손상된 부분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한 공무원은 뇌척수액 이상으로 뇌의 90%가 망가진 상태에서도 의식을 가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한 바 있다.

뇌는 때때로 놀랄만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는데 아직 우리는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화학교과서에 나오는 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멘델레예프는 꿈속에서 원소들의 일람표를 보았고,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그것을 종이에 기록했다. 멘델레예프는 1869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먼 훗날에나 입증가능한 정확성을 가진 주기율표라는 기록을 남겼다. 16세기에 생존했던 노스트라다무스는 뻴리체 베리띠라는 젊은 수도사가 자신의 사후 교황이 될 것을 예언했고, 자동차의 등장, 히틀러의 등장, CERN의 대형강입자 충돌기의 제작 등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에드가 케이시는 1877년 태어났는데 최면상태에서 대공황의 발생, 제2차 대전의 발발, 소련의 멸망, 유대인의 귀환 등을 예언하기도 했다. 다행히 독일의 게르트 기거렌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사람들은 85%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하여 미리 알고 근심을 쌓고자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통찰력과 예지력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과학적으로 활용하면 불행한 미래를 막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다.

 

뇌와 기계의 인터페이스

마음의 병은 만성통증, 우울증을 만들고, 만성질환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 한편 불안감은 뇌를 야간에도 활성화시켜 불면증을 나타나게 한다. 이와 같이 몸과 마음은 서로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마음과 몸의 연결에 대한 연구에서 나아가, 뇌와 컴퓨터간의 정보교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법은 흔히 BCI(Brain Computer Interface)라고 불린다. BCI는 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에서 뇌전도를 통하여 아바타를 원격조정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필자는 10년 전 독일의 IT전시회 Cebit에서 가벼운 머리밴드를 하고 마음속으로 장난감을 조정하는 기술을 체험해보았다. 그런데, 뇌와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개선되면 손가락으로 힘들게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키보드를 두드려 입력할 수 있고, 마우스가 없이도 마음속으로 모니터 화면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전자기적인 방법으로 뇌에서 처리하는 이미지를 컴퓨터로 다운로드하기도 한다. UC버클리의 잭 갈란트 교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뇌의 변화를 MRI로 측정하여 영화장면을 동영상으로 재현했고 대략 75%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의 교토대 연구팀 등은 2013년 이미 fMRI와 EEG로 수면중에 꾸는 꿈까지 기록했다. 꿈꾸는 동안에도 뇌의 시각피질 영역에서 변화가 발생하는데 비록 굉장히 어렵지만 이를 해독하면 극히 일부 꿈을 재생하거나 다운로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만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캥거루 등 다른 동물도 사람처럼 꿈을 꾼다고 한다. 관련 기술이 완성되면 거짓말탐지기 보다 정밀한 범죄분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근의 연구는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여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식물인간을 깨어나게 한다. BCI기술은 시각이나 청각을 상실한 사람에게 외부카메라나 마이크로 입력된 신호를 변환하여 뇌에 전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뇌에 가해진 전기자극을 통하여 장애인들도 정상인처럼 보거나 듣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신체를 손상당한 장애인들은 외골격로봇을 입고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림으로서 정상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9·11 테러나 이라크전쟁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외상후후유증을 겪었는데, 두피를 통한 전기자극이나, 뇌이식칩을 이용하면 불괘하고 나쁜 기억을 지울 수도 있다. 물론,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게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가짜기억을 심는 것도 연구되고 있다. 이 방법이 성공하면 복잡한 수술법이나 법률지식, 새로운 언어, 항공기 조종과 같은 복잡한 기술도 짧은 시간 내에 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필자는 과거 미국, 러시아 등에서 항공기 조종훈련을 받았는데 단순한 기계조작법 뿐만 아니라 항로나 관제 등 다양한 배경지식의 학습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 일부 대형항공사는 1,000시간 이상 비행한 경력자들을 선발하는데, 매일 1시간씩 비행한다고 해도 3년 이상의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그렇지만 BCI 기술이 완성되면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복잡한 기술을 두뇌에 직접 다운로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주요 선진국의 뇌과학 연구

1,000억개가 넘는 뇌의 신경세포들의 연결을 도식화한 것은 커넥툼(Connectome)이라고도 하는 뇌 지도이다. 뇌 지도는 알치하이머와 같은 불치병 치료연구에도 활동될 수 있고, 학습효과를 향상시킬 수도 있으며, 보다 인간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뇌가 시기별로 업그레이드되는데 초기 발육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성인뿐만 아니라 태아들에 대한 뇌지도도 연구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어린시기에 눈을 가리고 생활하도록 하면 성장한 이후에 가리개를 제거해도 정상적인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유아기의 두뇌형성에는 적절하고 지속적인 외부 자극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뇌과학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여러 국가에서는 앞 다투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계획하고 2024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뇌 지도 구축과 신경망 분석에 도전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2013년 ‘휴먼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슈퍼컴퓨터에 활용할 인공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본은 2014년 ‘브레인 마인드 프로젝트’로 영장류 뇌지도를 작성하여 감정 관련 신경활동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15년 뇌과학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10년간 3,400억원 정도를 투자하여 뇌지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연구는 뇌에 있는 여러 부위 중 오감을 느끼는 두정엽 부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술이 완성되면 바늘로 특정 부위를 자극해 파킨슨병 환자 등의 운동능력을 회복시키는 ‘뇌심부 자극술’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0억개가 넘는 세포로 구성된 뇌의 신비는 현대의학과 과학기술로 아직 충분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지적 업무 중 다수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인공지능을 지금보다 똑똑하고, 인간다운 품격을 지니도록 만들 열쇠는 바로 인간의 두뇌 안에 있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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