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총수일가 지분율을 29~30%로 맞추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온 대기업 계열사들이 꾸준히 내부거래 비중을 높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코리아> 분석 결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은 규제 도입 이후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춘 기업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사익 편취 규제 이후 대기업 계열사의 내부거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기업의 경우 2014년 7.9조(11.4%)에서 지난해 14.0조(14.1%)로 내부거래 규모가 약 77.2%, 내부거래 비중은 2.7% 증가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29~30%로 유지 중인 기업들의 경우, 평균적인 내부거래 규모가 규제대상 기업들에 비해 약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 29~30%인 상장사들의 지난해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0.8조원, 내부거래 비중은 21.5%로 2014년에 비해 약 1% 증가했다.

특히 규제 도입 이후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추며 규제 사각지대로 회피한 8개 기업(이노션, 에스케이디앤디,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에이앤티에서, 싸이버스카이, 영풍문고)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이노션이었다.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45.7%에서 지난해 57.1%로 약 11.4%p가량 증가했다. 8개 기업 중 지난 4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한 곳은 이노션과 현대오토에버(2014년 82.1%, 지난해 87.0%)가 유이하다.

이들 8개 기업은 대부분 지분율을 낮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해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왔다. 지난해 8개 기업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26.6%로 2014년 29.5%에 비해 2.9%p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노션이 내부거래 비중을 10%p 이상 높인 까닭은 오너 일가의 이익 추구와 무관치 않다.

이노션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2%, 정 부회장의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27.99% 등 총 29.99%로 아슬아슬하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났다. 당초 정 부회장은 2013년 40%의 지분을 보유한 이노션의 최대주주였으나, 규제 도입 이후 2년간 38%의 지분을 처분했다. 매각대금만 약 4000억원 가량이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 매각으로 현대자동차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이노션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흔들림이 없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1인 기부로 설립된 ‘현대차정몽구재단’이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재단 보유지분까지 더하면 이노션의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40%에 달한다.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9%로 맞추며 규제 안전지대로 들어선 이후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을 크게 늘려온 이노션의 행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시대적 과제인 공정경제와도 거리가 멀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기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구분없이 20%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영권에 대한 리스크 없이 승계재원 마련과 규제 회피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이노션이 공정위의 화살을 어떻게 피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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