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 시중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하면서 고의로 고객의 소득을 줄이거나 담보를 누락해 부당 이익을 편취한 정황이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이 올 상반기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 등 시중 은행들을 대상으로 벌인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이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값을 적용하거나, 시장상황 변경 등 합리적 근거 없이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A은행에서는 부채비율 가산금리(총대출/연소득)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연소득을 제출 자료보다 적게 입력하거나, 아예 없다고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또한 B은행의 경우 일부 영업점에서 차주가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담보가 없다고 전산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밖에도 금리 산정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를 적용한 경우, 신용도가 상승한 차주가 금리인하를 요구하지 기존에 적용해주던 우대금리를 이유 없이 축소하는 경우, 신용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고 고정된 금리를 적용하거나 금리산정에 경기불황기를 반영하는 등의 사례가 발견됐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한 달 벌어 빚 갚고 조금씩 모으며 알뜰살뜰 살고 있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은행이 서민 돈을 훔쳐간 꼴 아니냐”고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도 “지난 1년 동안 주담대 원금까지 다 정리해서 신용도가 올랐는데도 가산금리가 오히려 올랐다”며 “고객들이 은행들의 이자놀이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미지근한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감원은 대출금리의 합리적 산정을 위해 모범규준 및 공시 제도를 개선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 의뢰에 대해서는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은행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데다, 구체적인 처벌계획도 없이 은행권의 자체 조사 및 환급을 유도하겠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은행권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어느 은행인지 알아야 대응을 할 것 아니냐”며 “은행 실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이건 명백한 범죄인데 권고 정도로 끝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22일 YTN 인터뷰에서 “어느 은행이 어떤 조작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줘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은행들에 대한 신뢰도를 판단할 수도 있다”며 “감독기관이라는 데서 소비자는 고려치 않고 은행을 감싸는 행위가 아직도 계속적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