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간의 비트코인 시세 변동. 20일 빗썸 해킹 사태 이후 가격이 급락했다가 곧바로 회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코인마켓캡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빗썸의 350억원 규모 해킹 소식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세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코인레일 해킹 사태 당시 대부분의 암호화폐 시세가 10% 가량 폭락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1일 오전 11시 현재 6776.09달러로 전일 대비 1.78%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빗썸 해킹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 6770달러에서 6621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후 다시 이전 가격을 회복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외에도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1~2%의 상승세를 보이며 마치 빗썸 해킹 사태가 없었던 것 같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2.48% 상승한 538.28달러, 리플은 1.84% 상승한 0.54달러를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암호화폐 중 테더, 모네로, 바이낸스코인, 넴(NEM) 등 4종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 시세는 현재 하루 전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의 완만한 상승세는 지난 10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레일 해킹사태 당시의 시세 변동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당시 7600달러 선에서 횡보 중이던 비트코인은 해킹소식이 전해지자 6740달러까지 순식간에 폭락한 바 있다. 이후 계속된 하락세가 이어져 14일 3개월 중 최저치인 6302달러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은, 뉴욕주의 신규 비트라이센스 발급 등의 호재가 나오기 전까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바닥 다지기를 계속해왔다.

전문가들은 빗썸 사태의 충격이 과거 거래소 해킹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라이트코인 창시자 찰리 리는 2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빗썸의 빠른 대처 ▲개인 손실에 대한 보상 대책 ▲탄탄한 암호화폐 펀더멘털을 이유로 들었다.

찰리 리는 “빗썸은 출금을 중단시키고 모든 자산을 콜드월렛으로 옮겼다”며 빗썸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재빠르게 조치한 점을 강조했다. 또한 빗썸 측이 “고객피해가 있다면 회사가 전량 보상하겠다”고 밝힌 점도 불안감 확산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찰리 리는 이어 “은행강도가 금을 훔쳐간다고 금 시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며 “보안이 취약한 거래소는 해킹당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암호화폐 펀더멘털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플랫폼 지브렐 네트워크 최고경영자 야잔 바르구티는 이날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이런 종류의 뉴스에 대해 점차 둔감해지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이 해킹 뉴스에 자주 노출되면서, 이를 리스크로 느끼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접촉사고'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반면 암호화폐 전문 헤지펀드 비트불 캐피탈(BitBull Capital)의 조 디파스쿠얼 최고경영자 또한 최근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악재에 대한 회복력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디파스쿠얼 CEO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만약 이번 해킹 사고가 7000달러 중반으로 반등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면 매도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며 “비트코인을 이 가격대에 구매한 사람들은, 상승기에 편승한 사람들보다 악재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디파스쿠얼 CEO는 또 “빗썸 해킹 사고의 피해규모가 다른 해킹 사고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시세에 미치는 영향도 감소됐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