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실탄창고’로 불리는 서림개발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을 요청하면서, 정 부회장이 개인회사인 서림개발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림개발은 정 부회장이 지난 2009년 120억원을 유상증자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부동산임대업 및 소 사육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실적은 좋지 않다. 서림개발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억800만원으로 2016년 1억6500만원에 비해 26.1% 증가했으며, 지난 9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정 부회장이 지난 2013년, 2016년, 2018년 등 3회에 걸쳐 총 2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겨우 연명하는 상황이다.

손실만 내고 있는 소규모 기업을 정 부회장이 놓지 못하는 이유는 서림개발이 승계작업을 위한 소중한 실탄보급고이기 때문이다. 서림개발의 역할은 부동산임대업이나 소 사육업이 아니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대에 보유한 약 132만㎡(42만평)의 토지를 관리하는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의 유상증자 액수를 고려해도 상당한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게다가 해당 토지 일대에 송파~양평 고속도로 개통이 예정되면서 시세는 더욱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해당 토지의 시세는 공시지가의 3~5배 수준이라는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시세를 적용하면 정 부회장은 서림개발만으로 약 1천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부친 정몽구 회장의 지분 승계에 필요한 수 조원의 양도세를 고심 중인 정 부회장에게 서림개발 및 그 자회사 서림환경기술이 보유한 퇴촌면 토지가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서림개발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적한 사례에 해당된다는 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SI(시스템통합),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을 예로 들며 총수 일가가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계속되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다. 서림개발은 사실상 퇴촌면 일대 부동산관리를 중점으로 맡고 있는데다 현대차그룹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비주력 관계사다. 승계작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 부회장이 적자회사에 거액을 쏟아붓고 100%의 지분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서림개발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없지만 지난 2014년까지는 현대엠코(현 현대엔지니어링)에게 보유한 토지를 임대해주고 매년 1억80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왔다. 현대엠코가 2009년~2013년까지 서림개발에 지급한 임대료는 총 8억1500만원. 사업보고서 상에는 “수의계약을 통한 조경사업용 묘목 등 식재 목적 토지 장기임대”라고 설명돼있지만, 현대엠코와 같은 대형건설사가 조경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지 않고 조경수를 직접 기르는 경우는 업계 관행상 예외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엠코가 정 부회장 소유의 서림개발 운영비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없는 토지를 임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림개발이 현대엠코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2013년 8000만원, 2014년 1500만원으로 줄었으며 2015년부터는 내부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대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총수일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달라”며 “대기업집단의 대주주 일가들이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세청 또한 최근 현대차그룹 본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두고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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