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도라지꽃, 우리 토종처럼 자라면서도 여름에 시원한 색상이라 정원에서도 인기다.

6월은 야생화가 견디기 힘든 시기

일년 중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5월을 지나 6월은 봄에 피는 대부분 야생화들이 힘들어하는 시기다. 할미꽃, 붓꽃, 매발톱꽃, 금낭화, 은방울꽃 등 이미 씨앗은 남겼지만 다들 영년생이니 내년에 피울 꽃눈을 뿌리 생장점에 한창 만들고 있는 때기 때문이다.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거나 뿌리에 꽃눈을 만들 때는 체내의 모든 양분을 후손에게 먼저 올인한다. 즉 잎이나 줄기엔 거의 양분을 보내지 않고 자신의 후대인 씨앗이나 꽃눈에게 대부분 보내 후대를 영위하는 것이다. 이것은 식물들이 철저히 내리사랑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사람들도 배울만한 덕목이다.

6월의 꽃들도 한창이다. 엊그제 6월중순경 꽃담원 포스팅 하려고 사진 찍다 보니 약 50여종은 꽃이 피어있던 것 같다. 곧 나리의 계절이지만 5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들이 6월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다. 만개한 것들 몇 가지 보면 톱풀, 샤스타데이지, 끈끈이대나물, 낮달맞이(노랑, 분홍), 송엽국, 용머리, 캐모마일, 기린초, 삼색조팝나무, 석죽, 매리골드, 토레니아, 베고니아, 금창초 등으로 어떤 것들은 점차 시들기도 하고 점차 만개를 향해 가는 것들도 있다.

보리수 열매, 요즘 전원주택의 정원엔 이런 식용가능한 것들을 많이 심는다.

식재할 때 유념할 요소, 햇볕 물 온도

4계절 꽃과 함께 하는 정원을 만드는 건 사실 어려운 게 아니다. 계절별로 피는 꽃들이 뭔지 알고 그것들을 조합하여 식재계획을 짜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도 찬 거 더운 거 가리듯이 꽃들도 햇볕, 흙, 물빠짐, 온도 등 가리는 성질들이 있다. 즉 채송화, 송엽국, 수련처럼 꽃이 아름다운 것들은 햇볕을 참 좋아한다.

다육식물들은 몸에 물이 있어 습기가 많은 곳을 싫어하지만 대부분 꽃들은 습기가 충분하면서 물빠짐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자생화를 중심으로 식재할 때 특히 중요한 것이 햇볕 조건이다. 대부분 나무아래처럼 반그늘을 좋아하지만 땡볕이나 그늘에서는 아예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이 때는 그 식물의 자생지 환경을 생각하면 된다. 즉 물가에 사는 지, 음지에 가까운 그늘 속에서 사는지, 여름에 시원한 곳인지 등 환경조건을 알고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하지만 식물은 종류가 워낙 많아 어떤 식물이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는 인터넷이나 별도의 방식으로 자세히 알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계절별로 꽃이나 열매가 아름다운 식물들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아래 표를 잘 활용하면 4계절 꽃을 볼 수 있는 멋진 나만의 정원 식재계획을 세울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주변의 독립정원도 예뻐 머무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계절별로 분류한 식물의 이용 특성>

구 분

여름

가을

교목

산수유, 매화, 목련, 살구나무, 배나무, 벚나무, 복사꽃, 이팝나무, 자두나무, 모과나무, 생강나무, 길마가지나무 등

산딸나무, 배롱나무, 자귀나무, 귀룽나무, 노각나무, 층층나무, 느티나무, 산사나무, 함박꽃나무, 마가목, 만병초, 헛개나무 등

단풍나무, 계수나무, 풍나무, 백합나무, 은행나무, 호랑가시나무, 감나무 등

관목

개나리, 진달래, 산철쭉, 철쭉, 영산홍, 명자꽃나무, 라일락, 노린재나무, 황매화, 조팝나무, 병꽃나무, 미선나무 등

무궁화, 해당화, 작살나무, 수국류, 불두화, 백당나무, 장미, 찔레, 종덩굴, 고광나무, 골담초 등

 

말채나무, 산초나무, 당매자나무, 남천 등

 

초화류

할미꽃, 돌나물, 매발톱꽃. 금낭화, 돌단풍, 은방울꽃, 복수초, 노루귀, 산마늘, 수선화, 삼지구엽초, 앵초, 애기나리, 둥굴레, 으름덩굴, 꽃잔디, 하늘매발톱꽃, 미나리냉이, 백리향, 노랑꽃창포, 천남성, 앉은부채, 우산나물, 관중, 청나래고사리 등

 

 

기린초, 곰취, 두메부추, 붉은인동, 바위치, 상사화, 금불초, 까치수영, 뻐꾹나리, 꽃창포,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수련, 연꽃, 둥굴레, 말나리, 물싸리, 벌노랑이, 범부채, 부들, 부처꽃, 비비추, 옥잠화, 산수국, 섬말나리, 섬초롱꽃, 술패랭이, 왕원추리, 으아리, 작약, 동자꽃, 맨드라미, 봉선화, 홍화 등

큰꿩의비름, 둥근잎꿩의바름, 감국, 산국, 개미취, 벌개미취, 쑥부쟁이, 층꽃나무, 용담, 수크령, 갈대, 국화류, 억새, 핑크뮬리 등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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