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의 성과급 환수가 또 다시 난항에 부딪혔다. 한전은 올해 지급될 성과급 일부를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직원들은 기부를 강요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데일리 14일 보도에 따르면, 김종갑 한전 사장과 최철호 전국전력노조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과의 기부 출연 약정식을 체결했다. 이후 한전은 직원들에게 ‘기부 약정 동의서’를 배포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해당 문서에는 “최우선 국정과제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적 연대 강화에 동참하고자 향후 지급받게 될 성과연봉에서 총 36%를 분할 공제하여 (재)공공상생연대기금에 기부하는데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직원들은 사측이 기부 협조가 아닌 기부 강요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기부액을 특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는 부서장들이 직원들이게 기부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발적 참여라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부장님이 1대1로 압박을 들어오니 난처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한전 사내 홈페이지 ‘파워넷’ 공문게시판에 부서별 대상인원 및 동의인원, 동의율 등의 수치가 기록된 엑셀 파일이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익명게시판에서 “본사가 경영진 보고를 위해 동의율을 매일 취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직원은 동의율을 공지하는 것은 사실상 기부에 참여하라는 압박이라며, “기부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한전 측은 “이번 기부는 성과급 환수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기부 출연을 약속한 공공상생연대기금은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도입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가 지난해 폐지되자 기지급된 성과급 1600억원을 환수해 공익목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성과급 환수는 지난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 이후 계속 논의돼왔지만, 기획재정부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각 기관 자율에 맡겨놨다. 현재 기금에는 23개 공공기관이 참여해 약 220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상태다.

한전의 경우 2016년 성과연봉제에 조기 참여하면서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174억원의 성과급을 지급받은 바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노사 협의도 난항에 빠지면서 성과급 환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올해 지급될 성과급 일부를 기부 형식으로 공공상생연대기금에 출연할 경우 기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36%라는 수치는 2016년 지급된 성과급 174억원을 고려해 나온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2016년 지급된 성과급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향후 지급될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는 우회적 방식을 선택한 것. 

한전은 기부 강요 논란과 관련해 “기부 참여는 직원 개개인의 선택이며, 강요는 일체 없다”고 해명했다. 집계율을 공지해 직원들이 압박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집계율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적 없다. 개별 사업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 수는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기부 동의를 집계하거나 게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은 한전 직원들이 "강요로 느낀다'는 의견과 달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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