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근로시간단축 법안통과관련 환노위원장과 3당간사 기자간담회에서 홍영표 위원장과 3당 간사가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개정안은 기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드디어 ‘저녁있는 삶’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부터,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다양한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리아>는 52시간 근무제가 우리 생활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 저녁있는 삶? 주말있는 삶!

기존에는 주 40시간 + 평일연장근로 12시간 + 휴일(토·일)근로 16시간을 합쳐 일주일에 최장 68시간의 근무가 가능했다. 일주일을 주5일로 계산해 토·일요일의 휴일근로를 평일 연장근로와 따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일주일의 기준을 주5일이 아닌 주7일로 해석해 주 40시간 + 연장근로(평일·휴일 포함) 12시간, 총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했다.

평일 정상근무시간(40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더 여유로운 저녁을 즐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기 때문에 업무가 몰리면 저녁이 없는 삶이 계속될 수 있다. 다만 주중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했을 경우 더 이상 주말 출근이 불가능하다. 저녁은 여전히 없을 수 있지만 ‘월화수목금금금’의 악몽에 시달릴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킬 경우 불법행위로 인정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 유연근무제 도입, 개인 사정따라 출퇴근 조절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됨에 따라 러시아워의 모습도 다소 바뀔 전망이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차출퇴근제. 직원들이 일제히 9시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희망과 업무 특성에 따라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특히 업무시간이 유동적인 업종의 경우 시차출퇴근제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분산시키는 방안으로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아예 매주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한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주 단위로 적용되던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주당 최소 20시간 이상 근무하되, 업무량이나 직원 사정에 따라 주별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포스코 등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를 잡을 경우 근무시간이 유연화되면서 과거와 같이 붐비는 출퇴근 풍경을 더 이상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 근로시간 단축 적용은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지만 모든 업종에 동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영세업체에 줄 충격을 고려해 300인 이상의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만약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의 규모가 300인 이하라면, 당분간은 눈에 띠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던 26개의 특례 업종 중 21개 업종이 규정 적용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종사자들은 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간호사, 화물트럭 운전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장시간근로로 인한 대형사고가 잦았던 노선버스업의 경우, 운송업이지만 특례업종에서 빠지게 됐다.

◇ 근로시간 줄어들면 일자리 늘어날까?

근로시간 단축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을 나눠 고용을 창출한다는 취지에서도 논의돼왔다. 68시간 동안 처리하던 업무를 52시간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015년 4월 발표한 고용영향평가에서 2014년 기준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시행 첫해에만 약 1만8500개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또한 지난 1월 발표한 ‘주 52시간 상한제의 사회경제적 효과’에서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받지 않는 영세 및 특례업체를 제외해도, 다른 조건의 변화가 없을 경우 최소 13만명(주 52시간 근무)에서 16만명(주 40시간 근무)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2004~2009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규 고용률이 오히려 2.28%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간당 임금을 상승시키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려 오히려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적게 일하면 적게 받는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임금은 줄어들 여지는 있다. 특히 초과근무수당 비중이 높은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임금 하락은 불가피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제조업 근로자 40만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될 경우 월 평균 임금이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약 1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18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고용부 조사에서는 약 12.7%의 임금 감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포괄임금제 등으로 인해 초과근무수당조차 받지 못했던 건설업, 사무직, 영업직 등의 일부 업종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논란이 많았던 휴일근무 중복할증의 경우 명확하게 정리가 됐다. 노동계에서는 휴일연장근로의 경우 기존 1.5배가 아닌 2배의 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개정안에서는 휴일근로가 8시간 이상일 경우에만 2배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8시간 이하일 경우 기존과 마찬가지로 1.5배의 수당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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