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SK 하이닉스가 1조원이 넘은 일감을 SK건설에 몰아주면서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 계약 방식으로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코리아>가 금융감독원 공시를 분석한 결과, SK건설은 SK하이닉스와 2017년 1조 6096억원 규모의 내부 거래를 하면서 대부분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따냈다.

SK건설은 국내 10대 건설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11일 CEO스코어데일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60개 대기업집단의 내부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K건설의 지난해 매출 6조4398억원 중 내부거래 비중은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31%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 중 30% 이상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인 곳은 SK건설이 유일하다. 2위는 현대엔지니어링(21.8%)였으며 롯데건설(19.6%), 삼성물산(18.4%) 등이 뒤를 이었다. 10대 건설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대우건설(0.8%)이었으며, 상위 4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0%를 넘지 않았다.

2012년까지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오던 SK건설은 2013년 이후 실적부진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으며 실적 개선에 성공, 2015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SK건설은 꾸준히 30% 수준의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했다. 지난해 SK건설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은 총 2조2877억원. 2016년 1조8573억원에 비해 약 23.2% 증가한 수치다.

SK건설에 가장 많은 일감을 제공한 계열사는 SK하이닉스였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SK하이닉스가 반도체공장 증설을 결정하면서 SK건설이 최대 수혜자가 된 것. SK건설은 지난해 SK하이닉스와의 내부거래에서만 1조609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체 내부거래 수익의 약 70%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SK건설은 SK에너지와의 거래에서 435억원, SK이노베이션에서 407억원 등의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SK건설이 내부거래를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하자 업계에서는 건설업 전반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SK건설의 내부거래 31건 중 경쟁입찰에 의한 것은 단 한 건, 보령엘엔지터미널㈜에게 수주받은 부두시설물 설치공사 뿐이다. 가장 많은 일감을 받은 SK하이닉스와의 거래에서도 산업시설물 및 폐수처리장 공사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맺었다. SK건설이 경쟁입찰을 통해 수주받은 공사는 거래액 기준 전체 내부거래의 0.06%에 불과하다.

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타 건설사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10대 건설사 중 SK건설에 이어 내부거래 비중이 두번째로 높은 롯데건설의 경우 전체 38건의 내부거래 중 3건의 지명경쟁입찰이 있었으며, 거래액으로 따지면 전체의 3.5% 수준이었다. 3위 삼성물산의 경우 40건의 내부거래중 10건이 제한 및 지명경쟁입찰로 거래액 기준 9.1%였다. 

경쟁없이 계약자를 임의로 선택하는 수의계약은 신속한 계약과정과 낮은 거래비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내부거래에 활용될 경우 사익편취를 심화시키고 중소업체의 시장참여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다. 전문가들은 수의계약을 통해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이 계속될 경우, 내부거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정위의 노력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SK건설에 일감을 몰아준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 SK건설 주요 주주는 SK(주)가 44.48%,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디스커버리가 28.25%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금도 주목할 점이다.  SK하이닉스가 일감을 몰아주면서 SK건설은 흑자 전환해 지난해 총 290억원을 배당했다. SK건설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없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수의계약을 통해 막대한 일감을 몰아받고 거기에서 발생한 이익을 오너가 대주주인 회사가 갖는 것이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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