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은 건전한 여가문화로 인식되지 못하고 중독성 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호모 루덴스'라는 말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놀이를 즐기는 종족이다. 다양한 게임은 인류가 현실세계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놀이를 즐기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킨다. 한국이 세계적인 게임강국으로 성장하고, 게임은 콘텐츠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바뀌었다. 이 글에서는 제4차산업혁명의 진행으로 변화할 게임의 미래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 포트나이트>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한국에서는 그동안 게임을 마치 질병처럼 인식하는 현상이 있었다. 게임을 막고자 하는 부모와 자녀와의 오래된 전쟁이 진행되었다. 정부는 학모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심야시간에 게임의 사용을 금지하던 셧다운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였고, 여성가족부에서는 인터넷중독상담센터 등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규제에 외국인 사용자들이 오히려 불편을 겪기도 하였고, 자녀들은 규제를 우회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까지 지나친 게임몰입을 질병으로 등록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하여 2020년경 게임이 질병인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게임이 정신건강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데까르뜨 대학은 게임에 몰두하는 어린이가 지식능력과 학습능력이 더 높다는 흥미로운 연구를 내놓았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전술 게임은 전두엽 활성화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지만, 한국의 게임시장은 이미 11조원을 넘어섰다. 세계게임시장 110조원의 10분의 1이 넘는다. 바람의나라,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넥슨과 모두의마블로 유명한 넷마블은 작년 2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이미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다.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했던 NC소프트도 작년 1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들이 흔히 방문하는 영화관의 매출규모가 2조원인 것과 비교한다면 게임시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한편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고사양의 게임이나 현란한 VR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백만원에 가까운 부품이 필요한데 게임산업은 하드웨어산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게임에 대한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해외에서 발휘되기도 한다.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은 중국시장에서만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의 게임개발자들은 이미 중국인 통역자들을 동반하고 중국에서 게임개발에 열중이다.

한국의 거대한 게임시장은 걸출한 게임플레이어들을 배출하였다. 한국의 게이머 ‘페이커’ 등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연예인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스타크래프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수많은 게임에서 한국인들은 세계최강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상암동의 E스타디움은 수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성지가 되었다.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의 성장으로 특별한 마케팅이 없이도 게임이 입소문으로 잭팟을 터뜨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게임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이들상상공장'이 2016년 제작한 어비스리움을 3년동안 3천만명이 다운로드했고, '게임코스터'가 올해 만든 던전메이커 게임을 출시 2개월만에 25만명이 다운로드를 받으며 개발사에 20억원을 안겨준 것은 좋은 성공사례이다.

 

게임과 제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융합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활동을 대신하면 인간은 여가시간이 증가하게 되고 게임시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초연결성은 한편으로는 게임의 문화를 바꾸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서로 가상공간에서 연결되어 가상의 캐릭터로 플레이를 즐기며 게임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며 연대하게 된다. 물론 부작용도 있어 게임속의 플레이어를 현실에서 만나 다투는 현피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는 과거 3차원 모니터 개발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 뉴질랜드의 한 회사가 원천특허를 가진 이 기술은 두 장의 LCD패널 사이에 거리를 두고 다른 상을 맺도록 하여 안경 없이 3차원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3D는 안경 없이 즐길 수 있지만 강한 몰입감을 위해서는 머리 탑재형 디스플레이(HMD)가 적합하다. 이미 HMD에 결합한 활과 총, 스키 폴 등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하여 게임에 대한 몰입감과 흥미감을 더한다. 최근 한국에 양궁연습장이 늘고 있지만 게임에서는 이미 가상현실에서 사용가능한 활이 등장했다. VR에 대한 관심과 인기의 증대로, 한국의 게임업체인 드래곤 플라이는 슈팅게임인 스페셜포스와 유니버셜워에 대하여 이미 VR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에는 게임 몰입감을 늘리기 위하여 햅틱슈트가 등장한다. 입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증가하는 지금 햅틱슈트를 착용하고 직접 통증과 감각을 느끼며 게임을 하는 것이 먼 훗날의 일은 아니다. 발전된 음향기술은 이미 게임 속에서 날아오는 총알의 방향을 여러개의 스피커로 게이머에게 전달한다. 한편 골밀도스피커는 음파가 아닌 피부에 대한 진동으로 음성을 귀에 전달한다.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두꺼운 헤드폰을 끼지 않고도 진동이나 초음파로 자신에게만 음향을 전달하며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VR기술에 더하여 XBOX키넥트, 닌텐도위 등에 도입된 동작인식 기술도 미래에 확대될 것이다. 적외선 동작인식 기술은 탁구, 테니스 등의 체감형 게임을 등장시켰으며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더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불고 온 모바일컴퓨팅의 향상은 거대한 모니터에서 펼쳐지던 게임을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모바일에서 구현되는 증강현실 기술은 현실세계를 게임의 일부분으로 만들기도 했다. 세계를 뒤흔든 포켓몬고가 좋은 사례이다. 컴퓨터와 디스플레이는 이미 휴대폰보다 작아져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의 크기로 작아졌다. 구글글래스와 같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에서 구현되는 게임의 등장도 멀지 않다.

 

게임의 미래와 활용방안

게임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을 통하여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한참 인기있던 스트리트파이터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임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간단한 발차기를 넘어, 상대에 치명상을 입히는 새로운 무술동작까지 연마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등에 업은 고객관계관리(CRM)기술은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여 고객들이 원하는 게임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자금은 대부분의 게임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여 실행하지만 5G와 같은 네트웍 기술의 향상은 거대한 분량의 랜더링이미지와 텍스처를 실시간으로 기기로 다운받으면서 게임을 즐기도록 해준다. 주목할 만한 신기술은 '일상에 만연한 게임'는 의미의 퍼베이시브 게임이다. 이 장르는 PC속에서 즐기던 게임을 모바일로 이동 중에도 계속하게 하는 새로운 유형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20년전에 구상되었지만 그동안 적절히 구현되지 못했다. 이러한 구상이 완성되면 스타크래프트를 조이패드로 계속하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아이패드로 계속 즐길 수 있다. 이미 PC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위하여 플레이스테이션용 키보드와 마우스가 출시되었다. 퍼베이시브 게임은 최근들어 스마트워치와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손목시계와 TV가 게임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어 사용자가 게임 속 이벤트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영화‘레디플레이어원’에서처럼 게임속의 영웅적인 캐릭터들이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다수의 사용자들을 실시간으로 동원할 수도 있다.

예상되는 또 다른 변화는 홀로그램의 증가이다. 홀로그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LCD모니터에서 프리즘쉬트와 확산쉬트를 제거하고 간단한 거울을 부착하면 쉽게 구현될 수 있다. VR게임의 증가에 더하여, 홀로그램용 게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연구 중인 뇌과학기술을 활용할 경우 키보드나 동작인식을 이용하지 않고 인간의 생각만으로도 게임이 가능하다.

 

게임의 부작용과 긍정적 작용

게임산업이 거대한 산업으로 등장하고 다수의 사용자들이 이에 열중하자 다양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는 타인의 계정을 도용해 아이템을 뺏는 경우가 발생했다. 리니지 게임 등의 경우 자동적으로 아이템을 수집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게임개발사의 이익을 가로채기 위한 사설서버도 증가하고 있다. 다수의 사설서버는 정식 게임서버와 클라이언트의 통신내용을 스니핑하여 정보를 수집한다. 그 후에 암호화된 정보에 대한 리버스엔지니어링 기법을 통하여 사설서버를 제작하고, 클라이언트 자체를 변조하여 사설서버로 접속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자 일부 게임업체들은 개발단계에서 클라이언트와 이루어지는 통신을 보다 정교하게 암호화하기도 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았지만, 게임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나 ‘펀웨어’란 용어가 있는데 이것은 게임을 이용하여 행동에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한 단체가 재활용품의 수거에 게임과 유사한 장치를 사용하여 참여율을 높이기도 하였다.

복합하고 어려운 내용도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보다 손쉽게 익힐 수 있다. NASA에서는 우주에서의 활동에 관한 학습에 게임을 이용하기도 한다. 게임을 활용하면 기계와 대화하는 복잡한 기술인 코딩에 대한 교육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때로는 게임속의 집단지성이 과학계나 의학계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인한 실직은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증가시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할 게임 관련 기술은 인류가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첨단기술을 빠르고 쉽게 배우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게임기술은 놀이에 대한 인류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미래시민에게 요구되는 올바른 행동패턴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