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의 모습. <사진=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9일 베이징에 도착한 김 부위원장은 30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오후1시에 출발하는 뉴욕행 중국항공 CA981편에 탑승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확정되자 미국의 주요 언론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 사전 협상을 위해 오른팔을 미국으로 보냈다”며 “북한의 첩보 업무를 총괄하는(spy chief) 김영철은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이후 처음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 고위 인사”라고 소개했다. 

CNN 또한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과 함께 북한의 화해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북한 외무성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정기적으로 뉴욕을 방문해왔지만, 김영철의 방문은 훨씬 높은 수준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CBS뉴스는 “72세의 김영철은 북한 밖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2016년 대남담당 부위원장을 맡기 전에는 육군 4성 장군이었으며, 군사정보국 수장으로 2010년 50명의 한국인을 살해한 공격(천안함 사건)과 2014년 소니픽쳐스에 대한 사이버공격 등 많은 도발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언론들은 김 부위원장의 방문이 가져올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다양한 해석도 내놓았다. 존 들러리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적진(미국)으로 권력자(김 부위원장)가 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양측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북미 양측이 근본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진실되게 노력하는 건강한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NN은 "김 부위원장이 이번 주 내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협상에 돌입할 것이며, 북미 양국이 바쁜 주말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변칙적인 협상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29일 사설에서 “변덕스러운 협상 스타일은 종종 협상가의 경험 부족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증거다”라며 트럼프식 외교를 비판했다. 이그나티우스는 “북한은 제재완화 등의 대가 없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는 등 일련의 양보를 했다. 현재로서는 이 접근방식이 효과가 있어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최초의 합의 사항을 어떻게 구체적인 약속으로 바꾸고 검증할 것인가, 합의의 대가로 북한은 어떤 보상을 받을 것인지 한미 정부가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이날 북미 양측이 비핵화 프로세스 및 속도, 보상이라는 세 가지 문제에 있어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 프로세스, 속도, 보상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다면, 두 정상이 만나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측면에서 두 정상 모두 대어를 낚으려는 어부와 같다. 누가 대어를 잡느냐는 누가 상대방을 끌어들여 낚싯줄에 감아올리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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