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유승민 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각 정당에서 결의안을 두고 지지 및 반대 입장을 밝히며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독 바른미래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 민주·평화·정의 “지지" VS 한국당 “‘반대”

여야는 지난 18일 합의한 대로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문구를 ‘북한의 비핵화’로 바꿔야 한다며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채택해야 할 것은 알맹이 없는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이 아니라 명확한 북핵 폐기 결의안이 돼야 한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지난 18일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된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정당 간 책임론이 벌어지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한반도의 역사적인 대전환 속에서 길을 잃고 높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다”며 “어제 한국당이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을 동의하는 것이 늪에서 빠져나올 방안이었다.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아줄을 던져줬는데 이를 거부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평화당도 28일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떼쓰기로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장정숙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미 양국조차 비핵화에 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데 오히려 제1야당인 한국당이 결의안 채택을 방해하고 있다며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번 사태 이후 따로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결의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이정미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28일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을 채택해 국회도 한반도 평화의 새 역사에 동참하자고 모든 정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핵폐기 결의안’을 주장하는 한국당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북미정상회담 교착에 기다렸다는 듯 정부를 질타했지만, 극적인 반전으로 멋쩍은 입장에 처했다”며 “한반도 명운이 달린 이런 때만이라도 부디 성숙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침묵하는 바른미래당, 결의안 두고 진퇴양난

반면 바른미래당의 경우 결의안과 관련하여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의·평화당이 적극적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등, 야당이 모두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판문점선언과 관련하여 명확한 태도를 취하기 껄끄러운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북미회담 등 북한 이슈는 현재 정부·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도를 뒷받침하는 최대 요인 중 하나다. 나름 중도 보수를 내세우며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이고자 하는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을 지지하기는 껄끄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을 지지하면서도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판하는 투트랙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16일 북한이 남북고위급실무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권성주 대변인은 “군사회담을 당일 새벽 돌연 취소하는 북한 모습에 지난 판문점 선언 또한 '쇼'였던가 불안이 앞선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4일 북미회담이 취소된 뒤에는 유승민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운전대에 앉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도대체 무엇을 조율했냐”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북미회담이 재개되고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바른미래당이 성급하게 목소리를 낸 모양새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판문점선언에 대한 뚜렷한 지지의사를 밝힐 경우 분위기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판문점선언을 반대하며 보수색을 강화하는 선택도 하기 어렵다. 여론의 비난도 우려되지만, 무엇보다 한국당과 도매금으로 엮이는 것이 바른미래당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