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고 해외 사업에 주력한다.

미래에셋대우는 23일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박현주 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글로벌 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국내는 각 계열사 부회장과 대표이사가 책임 경영하는 전문가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미래에셋대우가 박 회장 일가 개인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정황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 소유의 호텔과 골프장 운영 업무를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주된 조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는 지배구조개선 압박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달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와 관련. 개선 사항으로 총 9개 사례를 꼽았다. 미래에셋이 이중 6가지가 미래에셋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중 대표적 사례가 미래에셋이 네이버와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한 것과 미래에셋대우 계열사들이 특수목적회사에 출자해 상장지수 펀드 운용사를 인수한 것이다.

앞서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각각 5000억원씩 자사주를 교환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의 지분 1.71%,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7.1%를 보유하게 됐다. 이 계약에서 양사는 매각 제한, 경영권 침해 금지, 우선매수권 등을 특약으로 걸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상장지수펀드 운용사 글로벌X를 인수했다. 지분 전체 인수 금액은 5억 달러, 한화로 5400억원 정도다. 인수 구조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여기에 미래에셋자산이 1600억원, 그룹계열사 투자로 약 3700억원을 투입하고 SPC가 글로벌X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미래에셋 그룹의 이같은 행위가 지배구조 리스크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갑작스런 2선 후퇴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또 한번의 도전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의식한 도피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선 후퇴 후 그룹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박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그룹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향후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고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제대로 워킹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더 많이 집중하기 위함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2선 후퇴나 정부 압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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