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BC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개입을 우려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중국에 이롭게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NBC뉴스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결정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연이은 강경 발언의 배후로 중국을 의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두 번째 만났을 때 조금 실망했다. 내 생각에 그 뒤로 김 위원장의 태도가 조금 변한 것 같다. 그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사령관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정상회담이라는 풍선에서 바람이 빠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만남이 북미관계의 전환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이어 “이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은 부분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중국은 아예 무대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이것은 시 주석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협상 과정에서 운전자 역할을 하기 원하며, 김 위원장에게 회담에서 물러나도록 부추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은 중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차이나 판타지’의 저자 제임스 만은 NYT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회담이 단순히 연기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미루는 것을 원할 것”이라며 “실제 회담을 열지 않으면서 회담을 기대하게 하는 것만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특히 무역에 있어서 협상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무역갈등과 대북제재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로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게 됐다는 뜻이다. NYT는 “(미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중국의 협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중국은 북미 협상 지연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국을 가장 강력한 위치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이 최근 미국에 대해 연이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배경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측 전문가들은 북미회담 취소가 중국에게도 큰 부담이기 때문에 회담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인홍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NYT를 통해 “중국에게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제재가 풀려 북한과의 국경 무역이 재개되는 것은 이득이다”라며 “다련에서의 회담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경제관계를 확장할 것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H. 팔 카네기평화연구소 부소장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상회담 실패의 희생양을 찾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식 모델 등 미국의 비핵화 압력에 대한 북한의 강경 대응은 체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일 뿐, 중국의 외압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이날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결정은 나쁜 소식이지만, 시 주석이 중재자로 활약할 수 있다”며 “취소 결정은 중국에게 중단된 회담을 구원하도록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결정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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