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현대제철의 갑질을 규탄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대제철의 횡포에 죽어가는 저희 회사를 살려주세요. 달면 빨고, 쓰면 뱉어 버리는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대응. 힘없고 인맥 없는 저는 그동안 현대제철의 노리개였다”며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청원인은 “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외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Y스틸 사장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청원인은 이어 “사외창고라 함은 현대제철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공장 내에 적재를 못해 사외로 이송 보관하는 창고를 말한다. 현대제철은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사외창고를 이용하고, 창고 확보 및 운영비용은 모두 협력없체 몫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올해 1분기 매출 4조7861억원, 영업이익 2935억원을 기록한 대기업이다. 동반성장이 강화되고 상생이 강조되는 최근 사회 분위기에서 현대제철 협력업체 사장의 이런 눈물겨운 호소는 결코 흘려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청원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청원인은 현대제철과의 거래 배경에 대해 “저희 회사는 2011년 처음 현대제철의 의뢰를 받아 현대제철 제품 냉연코일을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만 해도 당진지역에 창고업을 하는 회사가 저희를 포함 2곳뿐이었다. 현대제철에서 적극적으로 저희 회사에 보관을 요청했다. 자본금 1억으로 시작한 저희 회사는 현대제철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추가로 5억원 가량 설비 투자를 했다. 창고임대, 크레인 설치, 인건비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해 보관비로 들어온 금액은 고작 1억5천만원이었다. 직원들 인건비와 창고임대료, 설비투자비를 빼면 적자였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당시 현대제철 실무자가 저희에게 앞으로 보관 물량이 많을테니 창고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저희는 현대제철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17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아 최대 6곳을 짧게는 2달, 길게는 25개월 임대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돌아온 건 소나기성 물량과 철야 작업, 기약 없는 기다림 뿐이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그렇게 손실을 입고 있던 중 2017년 3월 20일 현대제철 직원과 글로비스 직원이 같이 저희 회사를 방문해 ‘물량 1만2천톤을 보장하겠으니 수출용 후판 전용 창고 1000평을 긴급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말을 믿고 적자 상태에서 다시 5억원을 투자해 7개월 동안 운영했다. 이후 갑자기 물량을 끊어 버려 3개월 동안 매출이 없었다. 이로 인해 2억5천만원의 손실을 보았고 현재까지도 물량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항의도 하고 호소문도 보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대기업인 현대제철이 이렇게까지 협력업체에 횡포를 부릴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물량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이의 제기조차 할 수 없게 했다고 한다. 현대제철이 직접계약이 아닌 ‘협력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는 식’으로 Y사와 계약한 때문이다.

Y사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직거래 계약은 물론 거래 내역 등을 문서로 명기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현대제철로부터 묵살 당했다. Y사는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H사→Y사로 이어지는 계약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맺었다. 하지만 실제 업무는 현대제철 실무자와 이뤄졌다고 한다.

Y사 관계자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현대제철 직원과 전화와 톡으로 이뤄졌다”며 “일은 우리가 하고 중간에 수저만 올려놓는 상위 협력업체에 보관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내줘야만 했다. 우리가 손실이 나도 상위 협력업체 및 그 윗선의 업체들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못하는 불합리한 계약관계였다. 실질적인 업무는 상위 협력업체를 배제하고 저희 회사와 직대응하면서, 유독 대금만은 상위 협력업체를 끼고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생산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점검이라는 이유로, 고장이라는 이유로, 날씨 탓 등 여러 이유를 대며 물량을 주지 않았다. 현대제철 강 모 대표에게 탄원서를 제출한 이후 올해 2월 말경 2천톤 가량의 물량이 40여일 들어 온 것이 전부다”라고 호소했다.

Y사는 견디다 못해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불안하기만 하다. 공정위에서 “현대제철과 직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재를 하기가 모호하다. 더 살펴보겠다”는 답변을 해왔기 때문.
Y사의 주장이 사실이면 공정거래에 저촉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제철이 불공정거래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직접 계약이 아닌 글로비스 등 제 3자를 계약 주체로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당사와 Y사가 직거래 계약을 맺지 않아 얘기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정경제가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은 약자에 여전히 냉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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