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피자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대형 피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코리아] 사상 최초로 가상화폐를 사용해 상품거래가 이뤄진 것을 기념하는 ‘비트코인 피자데이’가 8주기를 맞았다. 하지만 각종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의 축하분위기와 달리, 시세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한 회원이 비트코인 1만개를 지불해 피자 두 판을 구매한 사건을 기념하는 비트코인 피자데이를 맞이해 각종 매체 및 SNS에 축하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당시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용해 피자를 구매한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 또한 동료들과 함께 피자를 먹는 사진과 함께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비트코인 피자 파티를 열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떠들썩한 축하분위기에도 비트코인 시세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23일 현재 7919달러로 전일 대비 5.04% 하락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만 달러 회복을 눈앞에 뒀던 비트코인이지만, 지난 6일 오름세가 꺾인 뒤로는 2주 이상의 긴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4월 반등세에 동참하며 호조를 보였던 다른 가상화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더리움은 634달러로 전일대비 8.33% 하락했으며, 리플 또한 0.63달러로 전일 대비 5.96%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가상화폐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은 모네로로 전일 대비 11.16% 하락한 172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최근 하락세가 중국발 규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산업정보기술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2018 중국 블록체인 산업 백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내 신규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178개로 2016년 136개에 비해 42개나 늘어났으며, 2017년 한 해 동안 이뤄진 투자 건수도 2014~2016년 3년 간 이뤄진 투자를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중국산업정보기술부는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가상화폐와 연관된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며 추가적인 규제를 암시했다. 중국산업정보기술부는 “암호화폐 공개(ICO), 다단계 및 사기 행위” 등을 지목하며 “초창기 인터넷처럼 블록체인 산업을 손상시킬 수 있는 '과도한 투기'과 '거짓 선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씽크마켓의 수석 분석가 나임 아슬람은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지적하며 “최근의 매도세는 여전히 활발한 중국 ICO 시장에 대해 추가적으로 엄격한 규제가 가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비관론도 하락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한 강연에서 “규제받지 않는 혼란과 늘어나는 사기로 인해 암호화폐 산업은 하나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며 “암호화폐가 유용한 무엇인가가 되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훨씬 더 많은 잡음과 사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캐시캐리 총재는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다수의 가상화폐가 생존의 시험대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뱅가드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 데이비스 또한 21일 “지난 몇 달 간 비트코인이 화폐냐는 질문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0)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데이비스는 이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화폐는 이자나 배당같은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검증된 진짜 자산을 줄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비트코인 피자데이는 지난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 거주하던 핸예츠(필명 ‘laszlo’)가 비트코인을 통해 피자를 구매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핸예츠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트코인으로 상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며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할 테니 피자를 보내달라는 제안을 올렸다. 이후 이 글을 본 ‘jercos'라는 회원이 비트코인을 받고 두 판의 피자를 보낸 다음 해당 커뮤니티에 거래내역을 인증하며 가상화폐 최초의 실물거래가 성사됐다. 당시 비트코인 1만개의 시세는 피자 두 판 가격보다 약간 높은 약 41달러. 현재 시세로 보면 불가능한 거래지만, 이 사건이 화제가 되어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는 점에서는 선구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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