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를 통해 모인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미투’에 이어 ‘몰카’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몰카 관련 국민청원과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엄청난 수의 여성들이 참여하면서 그동안 참아온 일상적 성차별에 대해 강한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반면 청원과 집회를 지켜본 남성들이 이들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몰카’ 이슈가 점차 온라인상의 성대결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혜화역 부근에는 경찰의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비난하는 여성 집회가 열렸다. 참여 인원은 경찰 추산 약 1만명(주최측 추산 1만2000명). 지난 17일 열린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추모집회에 약 2000명(경찰 추산 1000명)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5~6배 크기의 대규모 집회다.

반발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남성 중심의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집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 男 “편파수사 주장은 무리수”, 女 “일상적 불안감 변화 없어”

남성 누리꾼들은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통계적 사실을 무시한 채 편파수사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불법촬영 검거율은 2017년 94.6%로 편파수사를 의심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치라는 것. 메갈리아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혀온 평론가 박가분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대검찰청 기준 2016년 성폭력 범죄의 사건발생에서 검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일 이내인 경우가 전체 성폭력 신고의 50%를 차지한다”며 “이번 워마드 몰카 사건이 유독 빠른 검거속도를 보인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 대학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린 익명의 누리꾼 또한 “불법촬영의 검거율과 기소율은 모두 일반 형법범죄 평균 이상이다”라며 편파수사 주장을 일축했다. 이 누리꾼은 “5월3일까지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는 국민일보, 고발뉴스 뿐”이었다며 “친페미 방송사로 유명한 JTBC조차 5월8일에야 20초 간 짧게 보도하는 것에 그쳤다”며 언론의 관심이 빨랐던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성들은 단순히 검거율과 같은 수치만으로 여성들의 불안을 근거없는 것으로 매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집회가 대규모화 된 것은 단순히 편파수사에 대한 비난 때문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불안감이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것.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공중화장실에서 나사 구멍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경찰에 몰카 수사를 의뢰했지만 더 큰 증거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등의 경험담을 나누는 누리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몰카에 반대하는 집회에서조차 참가자를 무단으로 촬영하는 남자들이 셀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한 여성들은 검거율이 높지만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불법촬영) 검거율은 96% 정도로 굉장히 높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벌금형으로 처리가 되고 있다. 실제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도 있고 성폭력 처벌법 대신 처벌 수위가 낮은 정보통신망법 상의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되는 문제가 있다”며 처벌 수위의 문제를 인정했다.

◇ 논쟁 넘어 비난, 테러 위협으로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토론을 넘어 혐오 발언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19일 집회에 간식·음료 등 먹을거리를 지원한 여성들을 지목해 “집회를 하러 나간 게 아니라 홍대에 출장부페를 부른 것 아니냐”, “무료급식도 아니고, 폭식투쟁 시즌2다”라는 등의 비난성 댓글을 달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의 외모를 비난하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집회가 열린 지난 17일에는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 “나 요번 페미시위 때 그날 온 페미들 다 학살 할 거다”라며 “염산으로 테러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글을 확인한 뒤 17일 강남역 집회, 19일 혜화역 집회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18일에는 피팅모델 성범죄 청원을 지지한 배우 배수지씨에 대한 사형을 청원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지난 20일에는 ‘워마드’에 “2차 시위할 때 몰카남한테 황산테러할 거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화학약품으로 상반신에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의 사진을 함께 올린 이 누리꾼은 “시위 때 몰카 찍을 담력이면 황산도 시원하게 꿀꺽할 정도의 ‘냄져’다움은 갖추고 있을 것”이라며 “염산이 황산보다 산성이 강해 피해도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워마드’에서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2차 시위를 오는 26일 열겠다고 밝힌 가운데, 19일 집회를 주관한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측은 2차 시위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점차 온라인상에서 성별 혐오가 강화되는 가운데, 여성들의 오프라인 집회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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