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 협상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사진=타임지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미중 무역전쟁이 휴지기를 갖는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양국 합의가 발표됐지만, 미국 내에서는 사실상의 패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18일 이틀간 2차 무역협상을 벌였던 미중 양국 협상대표단은 19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골자로 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대표단은 “중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상당폭 줄이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중국인의 증가하는 소비 수요 및 고품질 경제발전 수요에 맞추기 위해 중국은 미국의 상품·서비스 구매를 상당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 대표단은 이어 중국의 수입확대 품목으로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를 명시하며 “미국의 경제성장과 고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특허법을 포함해 해당 분야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모양새지만 여론 반응은 탐탁지 않다. 외신 및 전문가들은 무역적자 2000억 달러 감축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지 못한데다, 미국의 요구 자체가 달성 불가능하다며 이번 협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호주의 비영리 연구전문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20일 “중국의 대미 수출은 비교적 저렴한 소비재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아무리 수출이 줄어도 무역적자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이 극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무역적자 2000억 달러 감축은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더 컨버세이션’은 “분석가들은 미국 경제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믿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생산을 단기적으로 크게 늘릴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대미 수입 확대를 결정한다고 해도, 미국이 상품생산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 만큼 무역수지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매체는 “이것이 중국의 수입확대로 무역적자 2000억 달러를 줄이겠다는 아이디어의 근본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이날 “중국이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서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WP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도둑맞은 지적재산권”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해) 미국 경제가 매년 2250억~6000억 달러의 비용을 물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WP는 이어 공동 성명이 “협력 강화”나 “중국의 특허법 관련 개정안 추진”같이 내용 없는 수사만으로 이뤄져 있다며, 구체적 대안을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WP는 이어 무역전쟁의 중단은 양국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만 협상 자체는 미국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농산물·에너지 분야의 대미 수입확대하기로 했지만, 빠른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이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는 것. 반면 이를 대가로 미국이 대중 관세조치를 중단한 것은, 관세 전쟁에서 잃을 것이 더 많은 중국에게는 큰 이득이다.

WP는 또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회담도 이번 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가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중국이 가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무역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전문가들도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장은 WP와 인터뷰에서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긴장 완화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제한적이고 잠정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무역전쟁 발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일 뿐이라는 것.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 플로리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 “왜 미국 관료들은 항상 중국의 속임수에 빠지는가”라며 이번 협상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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