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17일 자사 홈페이지에 팝체인 상장 연기를 알리는 공지글을 게시했다. <사진=빗썸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빗썸이 16일 가상화폐 ‘팝체인’의 상장을 전격 취소했다. 팝체인 측은 논란이 된 지분 독점 문제에 대해 해명했으나, 투자자들의 의심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내 2위 규모의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은 팝체인 상장을 이틀 앞둔 지난 15일, 상장을 기념해 빗썸 회원들에게 팝체인을 소량 나눠주는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장 소식에 수상함을 느낀 회원들이 조사한 결과, 팝체인을 보유한 전자지갑은 불과 18개 뿐이며 이중 상위 2명이 총량의 90% 이상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빗썸은 16일 “확인되지 않은 여러가지 허위사실이 시장에 유포돼 팝체인 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상장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빗썸은 “이런 상태에서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타 거래소 상장이 결정이 된 후에 거래를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팝체인 측은 2명이 90% 이상을 보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했다. 팝체인은 “2개의 지갑에 있는 팝체인 토큰 중 76.41%의 토큰은 분배 전 팝체인 파운데이션(재단) 소유이며 다른 15%는 마케팅 목적으로 다른 지갑에 넣어둔 것으로 역시 파운데이션 소유의 토큰”이라고 밝혔다.

팝체인은 “토큰 재판매로 인한 고객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 직전까지 토큰을 배부하지 않기로 대부분의 사모투자자와 합의했는데, 상장을 앞두고 토큰 보유량을 확인한 커뮤니티가 오해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관에서 팝체인 토큰을 개인투자자에게 비싸게 팔아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분을 미룬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선 일반적인 가상화폐 상장 과정과는 달리 빗썸은 지나치게 팝체인 상장을 서둘렀다. 일반적으로 가상화폐는 기관투자자 대상의 프리세일 이후 일반투자자 대상의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개발자금을 모집한다. 이후 개발이 완료되면 소규모 거래소에 상장한 뒤, 검증을 거쳐 법정화폐로 거래 가능한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된다. 팝체인은 이례적으로 ICO조차 거치지 않은 채 바로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이 결정됐다.

투자자들은 빗썸이 “세계 최초”를 강조하며 팝체인 상장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빗썸과 팝체인 양측의 공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팝체인 핵심 개발진 중 3명이 빗썸의 싱가포르 자회사 비버스터가 개발 중인 ‘빗썸코인’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의혹은 더욱 커졌다. 빗썸 측은 “빗썸 코인 개발 시 유로드(ULORD)라는 개발자 집단과 협력했는데, 이들이 팝체인 개발에도 관여한 것 뿐”이라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게다가 빗썸 측이 공개한 팝체인 상장 검토보고서에는 일종의 팝체인 전용 채굴기인 ‘팝박스’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어 더욱 의구심을 자아낸다. 팝체인은 TV나 컴퓨터에 연결된 팝박스를 통해 저장공간 및 대역폭 리소스를 제공함으로서 보상을 받는 서비스증명(PoSe) 합의 방식을 사용한다. 구체적인 기기 가격이나 공급방식은 나와있지 않지만, 전용 채굴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가상화폐 개발사의 모습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해당 보고서에는 “팝박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으며, 비트토렌트(BitTorrent)와 같이 영화 및 동영상 콘텐츠를 다운받거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고 설명돼있다.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 비트토렌트는 지적재산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팝체인 측은 팝박스를 통해 토렌트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팝체인 관계사인 'THE E&M'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상장 발표 전 1000원 수준을 유지하던 THE E&M 주가는 상장 발표 이후 급등해 16일 1345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취소가 결정된 이후에도 주가는 1270원 선에서 횡보 중이다. THE E&M의 최대주주인 중국계 게임사 룽투코리아의 주가 또한 14일 5800원에서 17일 현재 6210원까지 급등했다.

빗썸 측은 국내 1위 규모의 거래소 업비트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팝체인 상장을 결정했으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모두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ICO도 하지 않은 가상화폐를 검증 없이 상장시키려 한 점에 대해 투자자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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