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 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5월은 산이든 들이든 정원이든 주변을 녹음으로 만든다(꽃담원 전경)

아름다운 정원만들기 ‘시공 비결’

5월의 주변은 녹음이 우거지고 있다. 산에도 들에도 우리 꽃담생태원에도 이젠 녹음이 점차 우거지고 있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할미꽃, 민들레, 독일붓꽃, 붓꽃, 좀씀바귀, 백리향이 한창 피더니 이젠 정원수 잎색들은 점차 진해지고 꽃창포, 매발톱꽃, 노랑꽃창포, 꽃아카시아, 병꽃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니 들이나 주변 산의 찔레꽃들도 곧 만발할 듯 싶다. 좀 늦게 싹이 나오는 대기만성형 정원수인 감나무와 배롱나무도 이젠 한창 새순을 내며 속으로 여름내 피울 꽃눈들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특히 금년 봄엔 비가 적당히 내려 정원사들에겐 유난히 바쁜 4, 5월이다. 비가 오기 전이나 약간 내릴 때가 식물을 심거나 옮겨 심는 데는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붓꽃은 4월하순부터 정원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파넣기용).

다시 정원 얘기로 돌아가 보자. 3, 4월에 이미 기술한 정원의 부지조사와 사전분석, 정원 만드는 목적이 반영된 개략설계가 마무리 되고나면 다음 단계는 설계내용대로 어떻게 시공할 것인지 구체적인 시공계획을 짜게 된다. 특히 시공계획은 그대로 시행하면 착오가 없어야 하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세부 시공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은 시공일정표, 필요비용 분석 및 집행계획, 주변에 작업일정 공개(민원 소지 경감) 등이며, 전문기술에 필요한 부분(전기, 관배수, 설비, 조명 등)은 기술자와 의논해 일정을 수립한다. 시공에 필요한 자재의 준비 및 보관방법, 직업인력 수급, 콘텐츠별 세부위치 고정, 주요 교관목 식재주수 및 식재위치 결정, 소형관목 및 초화류 식재위치 지정 및 식재본수 산정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있어야 한다. 진입로나 주차장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4월이면 북유럽 노르웨에 풍경이 연출되는 내장산 가는 길

세부내역별로 첫째 사람들이 드나드는 동선이다. 동선은 주동선, 보조동선, 징검다리 동선으로 구분된다. 주동선은 통상 정문(현관)에서부터 정원 중요부를 거쳐 본관까지의 길이로 전체길이, 폭, 재료, 색상, 작업방법을 세부적으로 정해 시공계획에 표기하여야 한다.

보조동선은 주동선과 징검다리 동선을 잇는 연결동선으로 정원산책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선이다. 정원, 파고라, 집, 수도, 화덕 등 주요 시설물들을 경유하는 동선이며 정원 곳곳을 거치게 되어 콘텐츠간 이동할 때 사용하는 길이다. 징검다리 동선은 관상은 물론 제초, 관찰, 보식 또는 전정 등을 위해서도 사용되는 최하위 동선이다. 징검다리 동선을 잘 만드는 것이 정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전기나 관배수, 조명, 파고라 설치 등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부분은 일괄 계약해서 추진한다.

정원에서는 주동선과 보조동선의 적절한 배치가 필수적이다.

정원 시공에 있어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을 심는 것이다. 어떤 식물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심을지는 기본적으로 설계서에 있는 데로 계획을 짜면 되겠지만 한번 심고나면 다시 장소를 옮기거나 하기가 여러 가지로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제대로 적지에 심어야 한다. 정원에서 식물을 심는 것은 정원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4계절 꼭 있어야 할 교목, 관목 및 숙근류 및 야생화, 초화류들을 중심으로 다음 호에 다루기로 한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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