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계획대로 분할 합병이 진행될 경우, 정 부회장은 기존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지주회사가 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의 지분을 사들여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 등 해외투자기관에서 정 부회장이 주장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재의 개편 과정을 막을 힘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순환출자구조 해소라는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이 뚜렷한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엘리엇의 제안을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지적했기 때문.

하지만 순환출자구조 해소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들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내세우며 뒤로는 정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착실하게 진행 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코리아>는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어떠한 단계를 밟아왔는지 살펴봤다. 그 첫번째 순서는 (1) 정의선 개인회사의 성장 비결이다.

◇ 일감몰아주기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주사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사용한 방법은 여타 재계 후계자들이 활용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은 출자금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 일감을 몰아줘 단기간에 가치를 크게 키우는 것.

시작은 현대글로비스다. 2001년 정씨 부자가 100% 출자해 설립한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는 이후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으며 매출이 크게 신장됐다. 설립 초기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80% 수준을 유지했고, 이 덕에 매출은 첫해 1985억원에서 2017년 16조3583억원으로 80배 이상 증가했다. 2011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무려 87.22%였으며, 이후 어느 정도 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0.74%를 기록했다.

2005년 정 부회장이 40%의 지분으로 출자한 광고업체 이노션도 마찬가지다. 이노션은 설립 첫해부터 계열사 광고를 도맡으며 순식간에 업계 5위권의 대형 광고회사로 했다. 2005년 당시 이노션이 6개월만에 올린 매출액은 무려 약 1400억원으로 어느 정도의 몰아주기가 이뤄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약 50% 이상의 내부거래 비중을 매년 유지해온 이노션은 2016년 기준 광고취급액 3조9139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의 자금 마련을 위해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는 많다. 2002년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의 출자로 출범한 현대엠코(현 현대엔지니어링)는 공장, 플랜트 등 계열사 발주공사를 도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정 부회장이 지난 2001년 15억원을 들여 지분을 사들인 자동차부품업체 본텍(현 현대오토넷)도 2005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초과할 정도로 내부거래에 의존했다. 현대위스코(현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등도 정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자금마련을 위해 일감을 몰아받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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