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실적 호조 불구, 비정규직 늘려 정부 시책 외면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건설업계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업종 전반에 걸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호응하고 있으나 건설업계는 예외다. <이코리아> 분석 결과, 2017년 말 기준 건설업계의 비정규직 비중은 약 29.9%로 타 업계 평균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10대 건설사의 고용은 2016년 5만3836명에서 2017년 5만6622명으로 2786명 증가했다. 재건축 붐을 타고 고용이 증가한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10대 건설사의 정규직 고용은 1년 새 524명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고용은 3310명 증가했다.

비정규직이라도 건설업계가 단기간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질적 고용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건설업계 비정규직 증가는 금융감독원의 집계기준 변경에 따른 것으로, 기존에는 비정규직으로 집계되지 않았던 단기채용직 및 홍보계약직 등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10대 건설사 중 금감원의 집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2016년 1054명이었던 비정규직이 2017년 3254명으로 2200명 증가했다.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 또한 19.4%에서 42.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은 2017년 10대 건설사 중 비정규직 수와 비율 모두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히게 됐다. 그 뒤는 현대산업개발(42.5%), 현대건설(34.6%), 포스코건설(33.7%) 순이었다.

2017년 10대 건설사의 평균 비정규직 비중(29.9%)과 비교해도, 대림산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게다가 대림산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6년 약 2932억원에서 2017년 약 508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경영상황이 좋은 기업이 비정규직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어긋난다.

물론 건설업계의 비정규직 문제가 대림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비정규직 비중이 업계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2017년 정규직이 무려 532명이나 줄어들었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3년간 꾸준히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음에도 비정규직 비중이 42.5%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이유는 있다. 건설업체들은 업종 특성 상 비정규직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수주 여부에 따라 업무량의 변동이 심한 만큼, 일정에 따라 단기근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업계 특성을 고려해도 비정규직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은 확연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2015년 14.0%에서 2017년 13.6%로 소폭 하락했다. 건설업계 평균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대림산업의 경우 해당 수치의 세 배에 달한다.

또한 업체 사정만 고려해 비정규직 비중을 늘릴 경우, 건설업을 뒷받침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경력과 근로환경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입수한 ‘2015년 중대재해 발생 및 처벌결과 현황’을 보면 2015년 건설업종 사망자 수는 469명으로 이중 대다수가 하청업체 소속 현장 노동자들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건설사들의 비정규직 고용을 계속 방치한다면,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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