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감독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와 관련해 금융당국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이는 정권 교체 이후 순환출자 문제 등 재벌개혁 움직임에 비교적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온 삼성이 처음으로 정부에 대립각을 세운 것이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삼정·안진회계법인)에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3일 조치사전 통지서 내용을 사전 협의 없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공문을 금감원으로부터 추가로 받기도 했다”며 “이런 가운데 오히려 아래 내용들이 당사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금융감독원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사화됨에 따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문제삼은 유출 정보는 ▲조치사전통지서 발송에 대한 언론 공개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내렸다는 내용 ▲사전통지서에 명시된 조치 내용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박은 금감원이 언론을 통해 사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부 및 금융당국에 이처럼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적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순환출자 문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등 잇따른 악재를 만났지만 정부 조치에 반발하기보다는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기한보다 4개월 빨리 처분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해서는 유독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순환출자, 삼성증권 등 다른 악재와는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고의로 회사 가치를 과대평가했는지 여부다. 문제는 이것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핵심인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과 연관돼있다는 것. 당시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이 합병과정에서 유리했는데, 이를 위해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분식회계를 통해 고의로 상승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해 흑자로 돌아선 시점은 2015년 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진행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굳이 자회사를 관계사로 전환하고 기업 가치를 띄운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단순히 과거의 부정이 아닌 미래의 악재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약 8.23%에 대한 매각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삼성생명 보유분을 사들일 중요한 자금줄이다. 만약 분식회계 문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라도 당한다면 삼성물산이 직접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일 마찰을 각오하고 금융당국을 비판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미칠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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