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근로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제정된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날은 1886년 시카고에서 8만명의 근로자들이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한 총파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노예와 여성에게 고된 노동을 시켰다. 그리고, 일반 남성들은 스스로에 대한 교육과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는 ‘프락시스’에만 참가했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1만명당 로봇이 500대가 일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로봇들이 인류의 고된 노동을 담당하고, 인류는 오락이나 공동체 운영에만 간헐적으로 개입할 날도 머지않다. 아주 먼 미래에 네트웍으로 연결된 인공지능은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까지 개입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고 그 동안 인류는 열심히 근로활동에 종사하여야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긱경제의 등장

1920년대 미국에서는 재즈공연의 인기가 높았다. 악단들은 즉흥적으로 단기적인 공연팀을 꾸렸다. 그들은 긱이라고 불렸고, ‘긱경제’는 오늘날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원들과 수시로 계약을 맺고 작업을 맡기는 형태를 의미한다. 필자가 거주하던 멕시코에서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소한 행사에 ‘마리아치’라고 불리는 밴드를 불러서 공연을 듣는다. 멕시코에서는 아직도 각 도시의 광장주변에 가면 대기하고 있는 마리아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는 더욱 손쉽게 연결된다. 행선지만 입력하면 차량이 도착하는 우버처럼, 이제 전문가의 파견도 앱으로 간단히 처리되고 있다.

미국에는 전문가를 연결하는 유피워크(UPwork), 피버(Fiverr) 등의 다양한 재능공유 플랫폼이 등장했다. 미국의 긱경제 플랫폼으로는 2008년 등장한 태스크래빗(TaskRabbit)이 유명했다. 처음에는 청소용역이나 홈인테리어 부문의 일자리를 중개했으나 범위를 넓혔다. 이 회사는 초기에는 330억원 정도를 투자 받았는데, 이미 시장은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링크드인 등은 고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특화되어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도 일자리 중계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한국에서도 ‘크몽’, ‘숨고’, ‘오투잡’, ‘프로파운드’와 같은 긱이코노미 관련 플랫폼이 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과거 전화로 연결되던 대리운전, 오토바이 퀵서비스, 반려견 관리, 튜터 서비스 등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인들이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이제는 ‘N잡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은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도 국제적인 공모를 통하여 해결하기도 한다. 액슨은 1989년 알래스카 해안에서 유조선이 누출한 원유가 얼어붙자, 얼지 않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에 대하여 국제공모를 하였다. 석유회사와 관련이 없는 시멘트 회사의 엔지니어는 진동자극 방식을 제안하여 상금 2만달러를 수령했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항공기 실종원인, 항공기 엔진의 개선과제도 국제공모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노동계급 프레카리아트의 등장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로봇과 공장자동화로 양질의 고용은 크게 늘지 않는다. 결국 누구나 미래에는 10개 이상의 직업을 가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런던대 교수인 스탠딩은 이러한 환경을 반영하여 단기일자리만 구할 수 있는 미래의 프리랜서들을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말은 불안정한 고용안정성을 가진 자본축적이 없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는 2025년경 긱 경제에 편입되는 미국의 노동인구는 전체 노동인구의 18.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다수는 프레카리아트의 지위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긱경제의 출발도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일자리 플랫폼이 확대되어도, 충분한 수익을 내는 부류는 결국 플랫폼 소유자, 플랫폼의 독보적인 스타, 그리고, 잠도 자지 않고 인간보다 더욱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들로 한정된다. 미국의 경우는 상위 10%가 이미 전체자산의 76%를, 한국의 경우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충분한 자본이나 첨단 기술을 장악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랫폼에 종속된 단순노무자들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긱경제가 ‘체념경제’로 전략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사람들은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에서, 그리고 ‘인간과 인간들의 취업경쟁’에서 패배할 위험에 노출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신 미래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다수의 주민들이 콘테이너를 가득 쌓아올린 빈민가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우려하는 미래사회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거래처였던 실리콘밸리의 IT기업를 방문했을 때, 그 기업의 구내식당은 거대한 뷔페 식당을 연상시켰다. 실리콘밸리의 IT엔지니어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들의 근속 연수가 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버의 근속연수는 1.8년이고, 에어비앤비의 경우 2.6년,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경우 3.2년에 불과하다. 한국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캥거루처럼 가족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정글자본주의에 사는 미국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을 경우 저렴한 모텔로 우선 거주지를 이동하고, 다시 중고 캠핑카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캘리포니아주에는 경쟁업종 취업금지를 약정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고, 일정한 장소에 주차된 캠핑카에도 주소를 설정할 수 있다.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는 작년 4,300만명이고, 경제활동인구는 2,700만명, 전업주부, 학생 등을 포함한 비경제활동인구는 1,600만명이다. 취업자는 총 2,600만명이나 정규직은 취업자의 절반인 1,300만명에 불과하고, 비정규직이 600만명, 자영업자 등의 비임금근로자가 600만명이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대기업의 평균월급은 726만원, 공무원은 522만원이나, 중소기업의 평균 월급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인 326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3,400억원 투자를 결정했는데 늘어나는 대기업 일자리는 겨우 500명으로 추정되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대형 조선업의 경우, 경기에 따른 일감의 증가와 감소가 심했다. 기업체의 임원들은 임시직 근로자의 활용을 늘려 수주 격감에도 회사가 존속되도록 준비해왔다.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면서 이제 숙련된 경력자들이 받는 시간급은 초임자 시간급과 차이가 줄었고, 단기고용자들의 미래에 대한 설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디지털 유목민의 증가

전세계적으로 현재 70억 인구가 풍족하게 살기 위해서는 약 30억개의 일자리가 적절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는 단지 12억개의 일자리만이 남아있다. 이미 18억개의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 경제포럼이 2016년 발표한 예측은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지고 겨우 200만개의 일자리만 생성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에 디지털 유목민들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IT기술의 발달로 미국에서 수행되던 연말정산이나 세무 작업은 이미 인도나 동유럽에서도 수행된다.

대표적인 긱경제 플랫폼인 유피워크를 살펴보면, 메인화면에는 대륙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리랜스 구인자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들은 이미 일자리를 찾아 완전고용에 가까워진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의 편의점에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계산을 담당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일본은 10년간 일본에서 일해야 발급하는 영주권을, 1년간 근무한 전문직에도 발급하고 있다. 동남아 등의 청년 중 60만명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오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던 태국의 공장에서는 태국인보다 임금이 더 저렴한 미얀마인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도 이제는 스마트폰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사람들은 신속히 일자리를 찾아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혁신의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국적과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구역을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겨울철에는 자주 모래 폭풍이 부는 척박한 곳인데, 7성급 호텔, 세계 최고층 빌딩, 최대 규모 쇼핑몰을 건설했고. ‘훌륭한 미래도시’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천만명에 가까운 인구 중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은 이미 88%에 육박한다. 세계적인 일자리 부족상황에서 국경이 개방되면, 임금은 더욱 하락할 것이고, 자본이나 기술을 가지지 못한 개인들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위협받는 일자리와 각광 받을 일자리

제4차 산업혁명은 근간이 되는 인프라들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2030년까지 일부 선진국의 경제는 년 5%에 가까운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핀테크 전문가 등 특정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영국의 BBC는 조만간 통신판매원, 키보드 작업자, 법률보조원, 재무관리자, 도서관직원, 공인회계사 등이 사라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조업종사자, 운전사, 펀드매니저, 기자, 번역가 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의사와 변호사들의 일자리마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창의성, 사고유연성, 논리·수학적인 사고역량이 있다면 미래에도 각광받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다. 단순 노동분야의 일자리는 부족할지 몰라도, 일부 국가에서 첨단 IT분야에는 항상 일자리 부족의 문제가 있었다. 20년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하드웨어 설계자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그 후 인터넷이나 서비스플랫폼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일부 IT일자리가 콘텐츠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다. 사람이 기계와 경쟁하고, 남은 영역을 사람끼리 경쟁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충분한 역량을 가졌다면 계속하여 고용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게임이 좋은 예이다. 게임업체인 ‘넷마블’ 등은 급격한 성장으로 최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IT기업인 아마존은 이미 매년 10여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마블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영웅 23명을 한편에 담아 이번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출시했고, 한국의 극장을 달구고 있다. 문화콘텐츠 사업의 경우 10억원을 투입할 경우 13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용유발계수가 건설업처럼 높은 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중에 긱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프레카리아트들은 늘어나고 있다. 인류가 제1차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용문제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다만 각국의 정부들은 늘어만 가는 단기 근로자들이 자아실현이나 사회적 존경과 같은 고차원적 욕구를 충분히 충족하도록 스마트한 직업교육과 스마트한 복지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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