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마콤카운티 유세장에서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공로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마콤카운티의 유세장에서 “3~4개월 전만 해도 (북한과는) 매우 거친 상황이었음을 여러분들도 잘 알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공의 모든 공을 나에게 돌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자신이 주도한 대북제재가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이끌어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외신과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은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에 공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비난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 트럼프보다 중국이 핵심 역할

BBC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북한과의 평화회담에 대한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공을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BBC는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지도부가 오랜 동맹국(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에 찬성했다”며 “가장 최근의 (대북)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가 주도했지만, 중국이 유엔의 제재안 집행이 북한을 가장 강력하게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한 강력한 대북제재가 대화 국면을 이끌었다고 자화자찬을 해왔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히려 중국이라는 뜻.

BBC는 이어 전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끈기있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게 공을 돌렸다. 영국 애스턴대학 버지니 그르젤지크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유화 국면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컸다”며 “북한 대표단과 김정은의 여동생을 초대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핵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T. J. 펨펠 UC버클리대 동아시아 연구소장은 지난 27일 인디펜던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도 공이 있지만 그가 말하는 만큼은 아니다”라며 “중국의 제재 동의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펨펠 소장은 이어 “중요한 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라며 “핵·미사일 실험 성공으로 북한은 협상에서 우위에 섰다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군사적 자신감이 최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 트럼프식 외교, 의외의 성과, 평가도

반면 ‘反트럼프’ 논조를 지속해온 CNN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CNN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만큼 공이 있는지, 한반도 비핵화 평화시대를 선언하는 것이 현명한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대전 이후 최고의 성취를 이룬 대통령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을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만남부터 북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지만, 북한문제는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CNN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펼쳐진 (트럼프) 정부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이 오히려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과격한 모습이 오히려 북한에게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는 것.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외교정책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왔다”며 현재의 성과는 축하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외신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교술에 대해 우려를 남겼다. 북한문제에서 트럼프식 밀고당기기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남겼지만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 비즈니스인사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자산이 될 수도 있지만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남북 두 정상의 노력을 과소평가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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