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지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신경외과학회ㆍ대한외과학회ㆍ대한흉부외과학회ㆍ대한비뇨기과학회ㆍ대한산부인과학회가 주관하고 국회에서는 김상희ㆍ박인숙ㆍ심상정ㆍ양승조ㆍ윤소하ㆍ정춘숙ㆍ최도자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헬스포커스에 따르면,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이국종 교수(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는 “이렇게 5개 외과학회 수장을 한 자리에 모시고 얘기를 듣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이 자리에 없다. 이럴 거면 서울대병원 암센터에서 우리끼리 모여서 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질타했다.

이국종 교수의 지적은 타당성이 있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 중 김상희ㆍ박인숙ㆍ양승조 의원은 불참했고, 심상정ㆍ윤소하ㆍ정춘숙ㆍ최도자 의원은 참석했으나 축사 후 모두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어제 당직을 서며 한 시간도 못자고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보여주기 위해 발표 자료를 만들었지만 소용없게 됐다”라며 무성의함을 지적했다.

이 교수가 만들어온 발표자료에는 수술실 사진과 응급환자 헬기이송 영상, 석해균 선장 수술 장면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 교수는 “외과의사도 수술할 때 노동자다. 그런데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하는 정당에서는 우리(의사)를 욕한다. 우리는 노동자, 농민의 핏물에 손 담그며 사는데 엉뚱하게 공격을 당한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려고 자료를 만들어 왔는데 국회의원들이 없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 교수는 “아덴만 작전 후 외상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김무성 의원이 참여하고 유정현 의원이 사회를 봤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400장 이상의 슬라이드 자료를 모두 지켜봤다. 그렇게 해도 외상센터의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정의당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외과의사는 핏물을 뒤집어 쓰고 노동 현장에서 일한다. 외과의사는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블루칼라다.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는 정당에 속한 심상정 의원 등이 외과계 의사들을 노동자로 인식해 대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실상을 소개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17개 병원이 권역외상센터 사업 대상자에 지정돼 운영 중이지만, 2012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당초 계획하고 의도했던 방향대로 가고 있는 외상센터는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률적인 지원을 중지하고 외상센터의 규모와 정의를 새롭게 정해 엄격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에 의해 선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상외과의사의 정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외상센터에서 외과의사는 외상소생실(응급실)에서부터 기본의 응급의학과의 호출에 의해 진료하는 기존의 시스템이 아니라 현장으로의 출동을 포함해 환자 발생시점부터 환자를 분류하고 처치하는 ‘게이트 키퍼’ 역할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외상센터들은 환자진료수와 병상가동률 등을 고려해서 레벨 지정과 규모 설치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하고 규모를 차등화해 환자를 최대한 집중화시켜서 외과의사들의 임상적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