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한 미국대사로 거론되고 있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신임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호주 대사로 내정된 해리스 사령관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WP는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 해리스 사령관은 지난 2월 호주 대사로 지명된 뒤 이달 24일로(현지시간) 예정된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하루 전인 23일 정부 요청으로 청문회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리스 사령관이 폼페오 지명자에게 주한 미국대사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조만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사령관이 임명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6개월간 공석이주한 미국ㄴ 대사 자리가 새 주인을 찾게 되는 셈이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으로, 아시아계로서는 최초로 미 해군에서 제독으로 진급한 인물이다. 1956년 일본 요코스카에서 태어난 해리스 사령관은 1974년 미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며 군생활을 시작했다. 1978년 소위로 임관한 이후 해군항공대를 시작으로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 제 6함대 사령관, 합동참모의장 보좌관,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거쳐 지난 2014년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또한 군 생활 중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미 조지타운대학에서 각각 국제정치학과 안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사령관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2006년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 시절에는 내부 폭동과 수감자 자살 등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5월 18일에는 불만을 품은 수감자 일부가 폭동을 일으켰다가 진압 과정에서 6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같은해 6월 10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인 2명과 예멘인 1명이 목을 메 자살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관타나모기지는 수감자에 대한 고문 등 인권유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사건은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해리스 사령관은 당시 자살한 수감자에 대해 “그들은 스스로를 포함해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른다”며 “이번 (자살) 행위는 절망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를 겨냥한 전쟁행위”라고 주장해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14년 태평양사령관에 임명된 이후에는 북한·중국과 대립하며 대표적인 군내 강경파로 분류돼왔다. 북한에 대해서는 군사옵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강력한 압박정책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2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의 한반도 통일을 추구한다고 확신한다”며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한 최대한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긴장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10월에는 “변덕스러운 김정은의 수중에서 결합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은 재앙의 지름길”이라며 대북 군사옵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4월에는 태평양 사령부 트위터에 그의 집무실 책장에 김 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놓여져 있는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은 김 위원장이 휘하 장성과 귓속말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발사? 나는 점심이라고 얘기했는데?”(LAUNCH? I SAID LUNCH)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북한 체제 및 김 위원장에 대한 해리스 사령관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중국과도 대립각을 세워왔다. 해리스 사령관은 남중국해 문제를 아태 지역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꼽으며 비난을 계속해왔다. 그는 취임 6개월 후인 2015년 11월에는 중국 베이징대 스탠퍼드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리 군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언제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을 수행할 것이며 남중국해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해 중국 외교부 및 군부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지난해 6월에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호주전략정책센터(ASPC) 행사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을 “가짜 섬”이라고 부르며 “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이용해 규칙을 기초로 한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갑작스러운 해리스 사령관의 재지명은 북미회담의 실무 협상을 이끌고 있는 폼페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더 이상 주한 미국대사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주한미 대사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6개월간 공석 상태다. 호주 대사도 2016년 9월 이후 19개월간 공석이지만 북미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주한 미국대사 공석 상태는 더 큰 부담이기 때문.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사령관의 재지명 이유에 대해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현재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