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국장이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가디언지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신임 미 국무장관 지명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사실이 밝혀졌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본격적인 사전 조율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 폼페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위해 지난달 말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번 비밀회동은 폼페이오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직후 계획된 것으로, 이정도 수준의 북미 간 고위급 회동은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 처음이다.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 일주일 뒤인 지난 8일, 한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를 통해 “미국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북한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어떤 채널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WP의 폼페이오 국장 방북 보도로 인해 내막이 밝혀졌다.

폼페이오 국장과 김 위원장의 이번 회동에서는 곧 다가올 북미회담을 대비해, 핵심의제인 비핵화와 관련된 양국 요구사안 등을 조율하는 작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폼페이오 국장은 최근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질 거란 환상에 빠져있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양국 정상 간의 대화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길에 들어설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 발언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근거한 것이라면, 지난 방북에서 북미 양국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으나 백악관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수많은 기자단이 동시다발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상황에서 나온 답변이라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인정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 행정부가 최고위급 회담을 개시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간 종전 의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목하고 있는데, 그것은 지금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 선언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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