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사진=뉴시스>

[이코리아]삼성이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창사 이래 지켜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간접고용 중인 90여개 협력업체 노동자 8000여명을 모두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노사 양측이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향후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할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및 처우개선을 요구해왔으나, 지난 1월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 기사 1300여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재판부가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고용을 결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이번 결정에 대해 검찰의 삼성 노조파괴 문건 수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는 해당 문건의 노조파괴 공작을 구체적으로 실행한 사례가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지난 2014년 삼성 본관 및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시위를 벌이자 리움 직원 10여명은 노조를 비난하는 대응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삼성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의 간접고용형태에 대한 근로감독을 진행하자 고용노동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노조파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노동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다는 것.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을 앞두고 자칫 노조파괴 의혹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검찰 수사와 관련 없이 이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노조 활동 보장 발표 시점이 검찰의 압수수색 뒤에 나왔다는 점에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활동 보장이 삼성 계열사 전체로 확산될지 여부도 주목을 끈다. 삼성은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이래 현재까지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그룹에는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외에도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물산(에버랜드)·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삼성웰스토리·에스원 등 계열사 8곳에 노조가 설립돼있지만, 사측의 노조 배척 정책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700명이 포함된 직접 고용 방침을 밝히며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삼성그룹 타 계열사의 노조 설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같은 대규모 직접 고용은 오너의 의중이 아니면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선대와 달리 노조에 대한 방침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6년 국회 청문회에서도 “앞으로 모든 저희 사업장 말고도 협력사까지도 작업환경이나 사업환경을 챙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측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고용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번 합의에 대해 “삼성그룹 80년 무노조경영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라고 외친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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