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취임 이후 백악관 외교·안보 인선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직 인사 5명이 사임 및 부서 이동 의사를 밝히면서, 볼턴 보좌관의 입맛에 맞는 강경파 위주로 새 안보라인이 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이버안보 책임자 롭 조이스가 NSC를 떠나 국가안보국(NSA)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사이버안보 전문가로 광범위한 신뢰를 받고 있는 조이스는 트럼프 정부에서 해외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응을 주도해온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조이스의 부서 이동은 새 국가안보보좌관 취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했다. 마크 레이먼디 NSC 대변인 또한 16일 CNN을 통해 “조이스에게 떠나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 그는 그저 NSA로 돌아갈 때라고 생각했을 뿐, 강요되거나 급박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이스의 NSA 복귀 소식에 미국 언론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이스 외에도 다수의 NSA 고위직 인사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 볼턴 보좌관 취임과 함께 NSA를 가장 먼저 떠난 이는 마이클 앤턴 NSC 대변인으로 볼턴 보좌관의 취임 하루 전인 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 외에도 조이스의 상관인 토머스 보서트 국토안보보좌관(10일) 나디에 섀드로 국가안보부보좌관(11일), 리키 와델 국가안보부보좌관(12일) 등이 NSC를 줄줄이 떠났다. 지난달 22일 볼턴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후 25일 만에 무려 5명의 고위 인사가 물러난 것.
이처럼 짧은 기간에 다수의 고위 안보관계자들이 사임을 표하면서 볼턴 보좌관으로부터 유·무형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일 “보서트 보좌관이 존 볼턴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의 요청으로 사임할 것”이라며 사임 과정에 볼턴 보좌관이 개입했음을 주장했다. CNBC 또한 12일 와델 부보좌관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볼턴이 전임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마스터의 영향력을 지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NSC의 분위기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인사 교체가 취임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기 때문. 전임 맥마스터 전 보좌관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에즈라 코언워트닉, 리치 히긴스 등 NSC 내부에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영향력 아래 있던 인물들을 내보내며 인사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그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정작 맥마스터 보좌관 본인이 교체되며 다시 안보라인 인선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전 NSC 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현재 NSC 내부 분위기는 과거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사임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불투명한 인사가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볼턴 보좌관은 아직까지 안보라인의 구멍을 메울 새로운 인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차기 인선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 시리아 문제 등 향후 미국 대외정책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차관은 임명권이 볼턴 보좌관에게 있지만 과도한 인사교체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시에 떠나는 것은 큰 문제이며 다른 인원에게 업무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던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 또한 “트럼프 정부는 외교 담당을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을 적으로 보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들은 어떤 정권이던 자신이 일하는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애국자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