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옥한흠 목사.뉴시스>

[이코리아] 사랑의 교회를 세운 고 옥한흠 목사가 별세하기 2년 전 오정현 목사의 잘못을 꾸짖으며 목회자의 본질을 강조한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중앙일보는 17일 옥 목사가 10년 오정현 목사에게 쓴 편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옥한흠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오정현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영입할 것을 결심했다. 이후 옥 목사는 사랑의교회 장로ㆍ권사ㆍ집사 3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오정현 목사는 부산고와 경희대를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옥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넘겨주고 한참이 지나서야 오 목사가 부산고가 아닌 검정고시 출신이며, 경희대가 아닌 숭전대(숭실대 전신)를 졸업한 사실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오정현 목사가 사랑의 교회 담임을 맡은 후 힘없고 가난한 양떼들을 위한 목회가 아닌 성전 신축 등 외형에만 치우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절망했다.

옥 목사가 2008년 6월 오정현 목사에게 보낸 편지는 이런 여러 문제점들을 통보한 뒤 최후의 담판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옥 목사는 편지에서 “그들을 위해 지도자가 된 우리는 좋지 못한 일로 욕을 먹어서는 안 된다. 교회가 돌을 맞아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가 본질을 벗어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오 목사를 꾸짖었다.

옥 목사는 또 오정현 목사가 권력지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옥 목사는 “그 동안 지켜 본 바로는 권력과 밀착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명박 정책 지지 발언/ 공인으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잘 한 일이라 생각하는가? 사랑의교회가 비록 강남에 위치해 있지만 이 나라의 1%도 안 되는 강남의 가진 자들을 위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준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오목사는 이상하게도 밖으로는 귀족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소망교회 담임이었으면 좋았겠다는 말도 듣는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 본 일이 있는가?”라고 질타 섞인 질문을 던졌다.  

옥 목사는 또 “나는 오목사와 만나 다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너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너의 정체가 정말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는 내 속에 소리 없이 쌓이는 불신의 먼지를 털어 낼 수 없을 것 같다. 원로는 되도록이면 빨리 죽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이상 후임자와 한 배를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다. 내가 평생 생명처럼 사랑한 양떼들을 위해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옥 목사는 또 묻는다. “양떼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선한 목자의 양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람에게 멸시 당하고 사회에서 버림받으면서 교회를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목회자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불쌍한 사람들이 사랑의교회 안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들을 위해 오목사가 무엇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강단에서 몇 마디 하는 립서비스는 가증스러운 짓이라고 생각지 않는가? 밖으로 도는 시간을 절약해서 주님이 가까이 두기를 원하시는 이런 자들과 함께 울고 웃어 주는 목회자가 진정한 주의 종이요 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옥 목사는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 둘이서 만날 때에는 기쁘고 소망스러운 그리고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대화를 나누기를 얼마나 소원하는지 모른다. 물론 원로와 후임자의 사이는 생태적으로 고부간과 같아 쉬운 일이 아닌 줄 알지만 노력하면, 특히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를 품으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번과 같은 긴장된 대화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날마다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물론 나를 위해서도 기도한다”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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