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상화폐 투자로 수억원을 번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가상화폐나 암호화화폐는 큰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불어 닥친 각국의 규제와 실물가치가 없다는 인식의 확대로 가상화폐 시세는 큰 폭락을 보였으나 현재는 다소 안정적인 추세이다. 한때 2,500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의 현재는 8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상화폐가 가진 이와 같은 높은 변동성은 통화로서의 용도를 제한한다.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주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격안정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비록 일부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활용은 최근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인디아 타임 뉴스'>

가상화폐의 미래

가상화폐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로, 중앙집중화된 서버가 아닌 네트웍에 있는 여러 개의 노드컴퓨터가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중앙의 서버가 없는 대신 정보의 기록 유지와 검증에 참가하는 자들에게는 채굴이란 이름으로 추가적인 가상화폐가 지급되기도 한다. 필자도 일전에 PC에 채굴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구동시켰는데, 채굴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었다. 가상화폐 채굴의 불편함은 24시간 컴퓨터를 켜놓아야 하고 냉각팬의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상화폐 채굴컴퓨터만 전문으로 관리해주는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채굴장비는 용산전자상가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필자가 방문하여 확인해보니 그래픽가속장치를 6개 이상 장착한 채굴기는 중고로 18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작년에는 이런 장비를 구입할 경우 6개월이면 투자금을 회수하였지만 현재의 낮은 가상화폐 시세로는 투자금 회수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모 직원은 사내의 중대형급 컴퓨터에 가상화폐채굴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하여 상당한 금액의 가상화폐를 채굴하였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가상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강력하다면, 가상화폐가 국가가 발행한 화폐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러하지 못하다. 가상화폐 발행자들이 화폐발행과 관련된 채무를 청산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지지자그룹 사이에 형성된 신뢰 안에서만 작동한다. 이로 인하여 아직은 소액결제나 해외송금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행히 일본이나 독일 등의 경우 그나마 결제 수단의 하나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고객은 빅카메라 등 양판점에서 100만원 정도의 물품까지도 가상화폐로 구매할 수 있으나, 가상화페는 고액의 거래에 활발하게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국가간의 상당한 거래가격의 차이도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한때 한국의 가상화폐거래소에는 ‘김치프리미엄’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신용카드 등으로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여 전자지갑으로 옮긴 후, 한국에서 가상화폐를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거래도 가능했다. 가상화폐가 가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부 국가는 국가가 직접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 개발에 나서기도 하였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캐드코인이란 전자화폐를 발행하여 검증을 진행 중이다. 가상화폐는 아니지만, 덴마크는 2013년 이미 전자화폐를 도입하였고, 2017년에는 동전과 지폐 생산을 중단하였다. 그 결과 은행강도가 은행을 털어도 가져갈 돈이 충분하지 않았고, 길거리의 거지들도 전자화폐로 구걸을 요구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가상화폐 최초공개 ICO

가상화폐의 등장이후 가상화폐최초공개(ICO)라는 새로운 자급모집 방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사업자가 투자자들에게 토큰의 지급을 약속하고 자금의 투자를 받는 것이다. ICO는 투기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미래의 가치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의 경우 ICO로 약 190억원을 모집하였는데, 현재의 시가총액은 55조원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보스코인은 2016년 17시간동안 157억원을 모집한 것이 ICO의 시초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는 이미 1,300개가 넘은 가상화폐가 발행되었다.

한국인들이 투자한 모 가상화폐의 경우 시가총액은 1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가상화폐를 발생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2017년말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아직 1,000여억 수준에 그친다.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모집의 경우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의 금융기관은 작년 9월 증권발행 형식의 ICO를 금지했다. 미국, 싱가폴, 중국도 ICO에 대한 규제조치를 강화하거나 소비자 경고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는 1990년대말 불었던 벤처투자열풍에 비교되기도 한다. 필자가 거주하던 실리콘밸리의 수도 산호세의 경우 1999년말 벤처열풍이 불어 1번가가 꽉 막혔으나, 현재 산호세의 주요 거리는 한산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도스공격 등의 일부 보안문제에 장점을 보인다. 그러나, 가상화폐를 중개하는 가상화폐거래소가 보유한 계정에 대한 보안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특성상 전자지갑의 주소만 있으면 송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잘못된 주소로 가상화폐를 송금할 경우 이를 돌려받기는 매우 힘들다. 올해 일본의 코인체크는 5,700억원의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지난달 발생한 한국내 보이스피싱 사기의 최대 피해액인 9억원의 600배가 넘는 금액이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스마트계약

가상화폐 투자에 대하여는 일부 비판적인 견해가 있으나,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기술에 대하여는 새로운 활용이 모색되고 있다. 블록체인연구소 설립자인 멜라니 스완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로 활용이 블록체인 1.0기술이라면, 계약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스마트계약이 블록체인 2.0 기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되는 것이 블록체인 3.0 기술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은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청약과 이에 대한 승낙으로 이루어진다. 대개의 계약은 계약의 모든 단계에서 사람이나 중개인이 개입하나, 스마트계약은 청약과 승낙, 주문, 배송, 검수, 결제, 하자보증, 세금납부의 모든 과정에서 전자적인 조건을 충족할 경우 대금의 지불과 이행, 환불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규약이다. 블록체인 1.0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이 단순한 스크립트문만 허용했다면, 블록체인 2.0 기술을 사용한 이더리움은 복잡한 반복문을 가진 보다 복잡한 스크립트가 가상화폐에 포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법에도 인정이 있다지만, 스마트계약에서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유예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마트계약은 중개인이 있던 대출이나, 보험계약 등 전통적인 거래의 직거래에 적용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거래인 소규모 전력의 생산과 실시간 판매, 전기자동차의 충전, 블로그에 대한 소액광고수익의 지급, 음원다운로드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저작권료의 지불 등의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 위와 같은 거래는 현재의 신용카드 결제로 구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직거래를 이용할 경우, 사용자는 전자금융업자나 전자금융보조업자들에게 지불되는 최대 약3%에 가까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스마트계약은 사물인터넷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스마트계약이 사물인터넷 온도센서와 결합한다면, 일정한 온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피해를 입은 농작물에 대한 보험금이 자동적으로 지급될 수 있다. 전국민의 반이상이 가입한 실손형 의료보험의 경우, 스마트계약을 활용한다면 가입자가 의료비를 지불하자마자 별도로 환급신청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는 또 다른 분야는 위변조방지분야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광범위하게 영업중인 월마트의 경우에는 조작이나 변조의 우려가 없는 블록체인 기술을 정밀한 유통망 관리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미래에는 가축과 과일에 IOT센서를 부착하고, 창고와 트럭, 항공기에도 IOT 센서를 부착하며 일정한 주기로 관련 자료를 분산 저장하여 보안을 강화하고 위변조 가능성을 봉쇄할 것이다. 블록체인으로 저장된 정보는 제품의 변질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은 콩고민주공화국 인근의 무장세력이 분쟁지역의 광물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2010년부터 ‘도드-프랭크 금융규제 개혁법’을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상장사 및 상장사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에 사용된 광물의 원산지를 증명해야 하다. 블랙체인 기술은 코발트 등이 포함된 분쟁광물의 원산지와 유통관리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수많은 IT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다수의 거래는 여전히 기존의 서버 운영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경우 데이터를 여러개의 분산원장에 나누어 기록하고 검증하므로, 신뢰성은 증가하나 처리시간이 지연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체인에서 10분마다 거래의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는데 이미 11,700개 이상의 노드컴퓨터가 등장하는 등 네트워크가 커지자 검증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결제승인에 하루 이상이 걸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이더리움은 화폐량이 많은 거래에 대한 검증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했다. 검증에 걸리는 시간의 지연문제로 최근에는 허가된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등장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은‘더 넥스트’라는 저서에서 “세계GDP의 10%가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통화에 보관되어 거래되는 미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실시간으로 세금이 투명하고 자동적인 방식으로 자동 징수되는 미래”를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아직 초기단계라 일부 단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블록체인 관련 기술은 사물인터넷과 스마트계약의 확대, 위변조 불가능성으로 그 활용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블록체인 관련 기술이 완성되면, 머지않은 장래에 인공지능이 물품을 자동으로 발주하며, 대금의 정산과 환불, 하자보증의 처리, 세금의 납부가 모두 자동으로 처리될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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