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삼성SDS가 지난 2002년 구축한 ‘나라장터’ 시스템의 차세대 사업권을 LG CNS에 넘겨주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증권 배당사고부터 과거 홈택스 논란까지 반복된 삼성SDS의 전산오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라장터는 5만여 공공기관 및 35만여 조달업체가 참여하는 종합전자조달시스템으로 연간 물품·공사계약 규모만 87조원에 달한다. 삼성SDS는 지난 2002년 전자정부사업의 일환으로 나라장터 시스템을 구축해 2014년까지 관리해왔으며, 2010년에는 나라장터를 기반으로 코스타리카 전자조달시스템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였다. 이후 삼성SDS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유를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라장터 시스템만 해도 삼성 SDS가 선점했으나 라이벌업체에 넘어갔다. 지난달 29일 조달청이 나라장터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LG CNS의 손을 들어준 것. 3년간 약 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이번 사업에 삼성SDS은 LG CNS와 마찬가지로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으나 탈락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SDS의 전산시스템에서 잇따라 오류가 발생하면서 조달청의 사업대상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SDS는 지난해 말 삼성화재·삼성생명에 새로 구축한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에서 잦은 오류가 발생하면서 기술적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약 1조원의 예산과 4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 ERP는 금융업계의 높은 기대감 속에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가동 이후 엉뚱한 가입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거나 고객데이터가 엉키는 등 사고가 속출하면서 삼성SDS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삼성생명 일부 지점에서는 ERP를 신뢰하지 못해 설계사의 프로모션 인센티브를 손수 계산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가동을 시작한 국세행정시스템 ‘홈택스’ 먹통 논란도 삼성SDS의 ‘흑역사’ 중 하나다. 삼성SDS는 지난 2012년 국세청 발주를 맡아 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홈택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2015년 2월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자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잦은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2016년에는 간단한 해킹툴로도 홈택스 아이디와 패스워드, 신용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안에 헛점이 생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발생하면서 삼성증권의 ICT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발행주식 총량의 30배가 넘는 ‘가짜 주식’이 발행됐는데 시스템에서 경고나 오류 문고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 현금배당을 주식배당으로 잘못 입력했는데도 이를 되돌리거나 방지하는 장치 없이 시스템을 개발·관리해온 이상 삼성SDS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잦은 시스템 오류로 구설수에 휘말려온 삼성SDS가 차세대 나라장터 시스템 사업에서 밀려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리아>는 최근 불거진 삼성증권 시스템 문제 등과 관련하여 삼성SDS 측 의견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삼성SDS는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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