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관한 양국 견해 차이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더힐(The Hill)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인 북미대화 일정에 대해 언급하며 비핵화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외신들은 북미 양국 간의 시각 차이를 언급하며 미국이 생각하는 수준의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앞서 “다음 달 또는 6월 초에 그들(북한)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북미) 양측이 상호 존중할 것으로 생각하며, 북한 비핵화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비핵화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황이다.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미 양측이 비핵화 논의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화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북미대화에 지나치게 큰 성과를 바래서는 안 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미 양국이 ‘비핵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은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무기·핵프로그램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상호적인 핵위협 완화, 또는 핵동결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북한의 ‘비핵화’ 정의는 트럼프와 전혀 다르다”며 “그것은 (북미 양국의) 상호적인 핵무기 제거를 의미하며,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드리운 핵우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사력을 체제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양보 없이 비핵화 절차에 순순히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확산 전문가인 매사추세츠공대(MIT) 비핀 나랑 교수는 이날 WP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왕국의 열쇠를 거저 건네줄 것이라는 비현실적 기대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WP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핵프로그램 포기는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았다. (북미대화의) 유일한 현실적 옵션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의 중단이다”라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핵동결, 또는 일부 핵시설의 해체 정도라며 그 이상의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핵화 절차에 대한 북미 양국 간의 이견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디플로맷은 6일 “그들(트럼프 정부)은 북한에 양보하거나 핵프로그램을 진전시킬 시간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를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비아식 비핵화는 ‘선포기, 후보상’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리비아는 모든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관련 자료 및 물품을 미국 측에 넘겨줬다.

실제로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10일 VOA를 통해 “과거 협상의 점진적·단계적 접근방식은 모두 실패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이다. 비핵화를 위한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단계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속전속결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

하지만 북한이 구상하고 있는 비핵화 절차는 미국과는 정반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며, 선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는 달리 단계적인 비핵화 합의를 강조했다.

북미 양국의 ‘비핵화’에 대한 견해 차이가 대화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이를 중재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부담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가주대학교 데이비드 강 국제관계학 교수는 8일 ‘이스트아시아포럼’에 기고한 글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동결과 같은 실질적 합의를 이끌낼 수 있다면 북미 정상회담도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남북회담이 메인이벤트"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양국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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