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지난 6일 발생한 배당사고와 관련해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진=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공매도 논란을 재점화시키며 국민청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공매도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조합에 1주당 현금 1000원을 배당하는 과정에서, 배당금 대신 주식 1000주를 잘못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삼성증권 우리사주가 283만1620주임을 감안하면 총 28억3162만원 대신 28억3162주를 배당한 셈이다. 현재 삼성증권의 총 발행주식은 8930만주이고 발행한도가 1억2000만주인데, 이를 한참 초과하는 주식이 시스템 상에서 문제없이 발행된 것.

이 때문에 업계 내외에서는 무차입공매도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공매도는 실재하는 주식을 빌려서 판매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매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달리 무차입 공매도는 아예 없는 주식을 먼저 파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식이 아닌 약속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공매도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과도한 매도압력이나 결제 불이행 등으로 시장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국내에서는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사건 이후 금지됐다.

하지만 삼성증권에서 한도를 23배 이상 초과한 주식을 발행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무차입 공매도가 사실상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9일 “공룡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마음껏 찍어낼 수 있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삼성증권 사태는 대한민국 증권시장의 허술함을 노골적으로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6일 아예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의 이 청원에서 청원인은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렇다면 공매도는 대차 없이 주식도 없이 그냥 팔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 꼭 폐지 해 주시고 이번 계기로 증권사의 대대적인 조사와 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청원에는 9일 오후 3시 현재 18만6327명이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반면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매도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령주식의 매도를 가능하게 한 시스템 상의 허점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지, 공매도 폐지론을 운운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에서 비껴갔다는 것. 금융감독원 김도인 부원장보 또한 9일 기자브리핑에서 “수습 과정에선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처리하는 과정과 유사하게 사고 수습은 됐다”면서도 “그러나 저희는 이번 사고가 공매도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더 심각한 시스템상 오류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부분과 공매도 제도를 연결시키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및 매도 행위는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형 금융사고”라며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운영 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도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결과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만큼, 주식 거래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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