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공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타임지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관세 부과 대상 품목 1300개의 목록을 공개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목록에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우주항공, 통신, 산업로봇, 전기차, 반도체, 해양 엔지니어링 등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첨단산업분야의 물품이 대거 포함됐다. 무역대표부는 “미국 정부 당국의 무역 전문가들이 어떤 제품들이 ‘중국제조 2025’를 포함한 중국 산업 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는지 확인했다”며 부과 기준을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적인 산업고도화 전략 ‘중국제조 2025’을 발표하며 IT, 로보틱스, 우주항공, 해양 엔지니어링, 선진 궤도교통설비,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설비, 농기계, 신소재, 바이오의약 및 의료기기 등 10대 산업을 집중 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미국의 이번에 공개한 관세 목록을 중국의 성장전략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내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의 관세목록이 중국이 지배하고자 하는 기술 분야를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조치가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닌 미중 패권갈등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외국어대학(BFSU) 정치학과 시에 타오 교수는 지난 2일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관세조치에 서명함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전지구적 리더십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평가했다. 타오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의 원인이 아니다. 그는 중국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워싱턴의 초당적 합의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라며, 미국이 주창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만이 이번 관세 조치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최근 무역갈등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할 위험이 있는 경쟁자로 묘사돼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가 문제의 원인이라며 적극적인 제재를 요구하는 등 압박전략을 취했다.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아태 정책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또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지난 2일 인도-태평양 정책의 전략적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가 강압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며, 자주적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에 대해 ‘강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중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어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 대립 중인 인도를 역내 파트너로 삼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관세조치가 무역전쟁으로 이어지기 전 미중 양국이 합의에 이를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심화되고 있는 양국 갈등이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이라면, 지금보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미국의 관세조치가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최소 약 45일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 오는 5월15일 관세 조치에 대한 공개청문회가 예정돼있기 때문. 45일의 시간 동안 미중 양국이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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